[사설]유럽發 금융쇼크, 지뢰밭 더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6일 03시 00분


유럽의 국가부도 위기 공포가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일부 유럽 국가가 재정적자로 부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세계 증시의 주가지수가 급락했고 한국 주가와 환율도 크게 출렁였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타고 있으나 아직 취약한 곳이 많아 언제 어디서 다시 위기가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이나 다름없다. 우리 경제는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유럽발(發) 국가부도 위기의 진원지(震源地)는 그리스다.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과 부패가 뿌리 깊은 데다 과다한 사회보장비와 세수 감소로 재정이 악화되면서 위기를 불렀다. 그리스는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내놓았지만 노조의 총파업 선언으로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그리스의 위기가 다른 유럽 국가의 재정악화와 신용불안으로 이어질 경우 국제금융 불안이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이 그리스의 지급불이행(디폴트)을 막기 위해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독일 프랑스 등도 그리스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여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하지만 위기에서 벗어나더라도 근본적 해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동유럽 위기에 이어 두바이 쇼크, 유럽발 금융위기까지 새로운 위기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경제가 취약하거나 재정사정이 악화된 곳에서 터진 위기가 동시에 전 세계로 파급되는 글로벌 시대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어느 한 나라가 위기면 모두에게 파급된다”면서 국제 협력과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위기를 견뎌내는 경제 체질을 다지고 또 다지는 일이 절실하다.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스의 위기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느라 재정지출을 급격히 늘린 나라들에 교훈이 된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3.2%로 그리스의 12.7%보다 재정건전성이 훨씬 높은 편이지만 과거에 비해선 나빠졌다. 공공부문부터 개혁해 비효율을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의 긴축 재정과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그리스 노조의 총파업 선언이 국가 신용도를 크게 떨어뜨린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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