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년연장과 임금피크, 경험의 경쟁력 살려야

  • 동아일보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올해부터 직원의 정년을 현행 58세에서 60세로 2년 연장하기로 했다.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일정 연령이 지나면 임금은 내리되 정년은 늘려주는 것이다. 정년 퇴직자의 은퇴시기를 늦춰 한꺼번에 퇴직할 경우 빚어질 사회적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보면 바람직하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력과 경험을 갖춘 인력을 퇴장시키지 말고 적재적소에 잘만 활용하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6·25전쟁 이후인 1955∼1963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시기를 맞고 있다. 실제 임금 근로자의 평균 은퇴시기가 50대 중반이므로 이 세대 중 일부는 이미 은퇴를 시작했다. 약 712만 명으로 추산되는 베이비붐 세대가 단기간에 동시다발로 은퇴하면 생산 현장과 사회 곳곳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크게 연장돼 50대 중반에 은퇴하면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지내는 기간이 20년 이상으로 길어지게 된다. 고정 수입이 없는 퇴직자들이 겪어야 할 경제적 고통은 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감내하기 힘들다. 더구나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되기 전에 은퇴할 경우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2013년부터는 연금 수급 연령이 5년마다 1년씩 65세까지 올라가도록 돼 있다. 퇴직 시기와 국민연금 지급 시기를 맞추기 위해서도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먼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경험한 일본은 2013년부터 모든 기업이 단계적으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해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정년을 60세로 규정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다.

외환위기 이후 중국 기업들은 우리 기업에서 조기 퇴직한 기술자들을 데려다 숙련 기술을 전수받아 고성장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기업들은 다년간 기업에서 실무 경험을 한 퇴직자들을 무조건 내보내지 말고 활용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전은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해외 원전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기술 인력의 정년 연장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다만 모든 공기업이 한전처럼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늘리면 취업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젊은이들의 일자리 구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KAIST나 울산과학기술대가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교수에 한해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연장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다른 공기업들도 전문기술 인력부터 점진적으로 정년을 연장해 청년 실업을 급격하게 악화시키는 사태는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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