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범석]“호기심에 디도스 공격” 10대에 필요한 윤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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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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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신청 받습니다.’

중학교 3학년인 염모 군(15)은 컴퓨터를 켜면 인터넷 카페 ‘폭팸’의 운영자로 변한다. ‘폭파 전문 카페’인 폭팸은 특정 게임서버나 카페, 블로그 등을 조직적으로 공격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여기 공격 해볼까요” 식의 제안 글을 남기는 회원만 2000명이 넘는다.

청와대 등 국내외 주요 웹사이트를 마비시켰던 ‘7·7 디도스 대란’이 일어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크고 작은 디도스 공격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28일 디도스 모방 범죄에 대한 수사 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디도스 공격의 범인 가운데 다수가 염 군 같은 10대 중고교생이었다. 7·7 디도스 공격의 범인이 누군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청소년들이 디도스 공격에 가담하고 프로그램을 유포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들이 운영하는 카페 자료실에는 디도스 공격을 일으키는 악성코드가 버젓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전문적인 해커가 아니다. 해킹 관련 전과도 없고 일반적인 수준보다 컴퓨터를 조금 더 아는 정도다. 오히려 심각한 것은 이들의 태도였다.

검찰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디도스 공격 프로그램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인터넷에서 주고받는 점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공격대상은 기업이나 정부기관 사이트가 아니었다. 주변인들의 개인 블로그가 대상이었다. 어른들처럼 돈을 벌거나 이름을 날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개인적인 원한이나 호기심에서 공격을 한 사례도 많았다.

인터넷 잘 쓰는 10대 청소년이 검찰 수사를 받는 데 대해 기성세대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는 분위기다. 하지만 보안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해킹 프로그램이 인터넷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1만∼2만 원만 내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중 인터넷을 사용하는 비율은 99.9%에 이른다. 인터넷을 접하는 나이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뭐가 옳고 그른지를 알려주는 행동 지침은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부처와 인터넷 관련 기관들은 청소년 대상의 인터넷 윤리 교육을 한창 벌이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 ‘악성 댓글을 달지 말자’ ‘음란물 보지 말자’는 식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윤리 교육이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는 동안 ‘인터넷 강국’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수준은 어른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앞서 나가 있다.

김범석 산업부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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