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됐다. 예상대로 나오거나 더 잘 나온 학생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도 있다. 성적을 비관하여 될 대로 되라는 식의 행동이나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수험생이 있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수능처럼 큰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는 일은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반추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일어난 사건을 자꾸 반복해서 생각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단점이 있다.
첫째 이미 벌어진 일을 내려놓지 못하고 마음속에 계속 붙잡게 되므로 스트레스 경험이 오래 지속된다. 둘째 ‘기분 일치성 효과’로 인해 스트레스 경험이 증폭된다. 기분 일치성 효과는 기분과 일치하는 기억이 더 잘 떠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한 가지 사건으로 우울해지면 과거의 우울했던 기억이 더 잘 떠오르고 더 우울해진다. 그럴수록 우울했던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르고 미래에 대해 점점 더 암울한 생각만 하면서 더 우울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악순환에 빠지면 미래에 대한 꿈을 잃어 자포자기의 행동을 하거나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동도 불사한다.
스트레스의 반추에 대한 해독제는 수용이다. 종종 체념과 혼동되지만 다른 개념이다. 체념을 하면 스트레스 사건으로 인한 좌절경험에 굴복하여 더는 자기발전을 꾀하지 않는다. 반면에 수용을 하면 이미 벌어진 사건을 되돌리려는 헛된 시도를 하지 않으면서 문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스트레스 사건의 수용에는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더는 집착하지 않으므로 스트레스 경험의 지속이나 증폭이 차단된다. 둘째 부정적 결과를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스트레스 사건의 반추에 빠진 사람은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긍정적 행동을 하지 못한다. 반면에 스트레스 사건을 수용하는 사람은 문제 해결에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셋째, 스트레스를 다루는 능력이 증진된다.
부정적 기분일 때는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억지로 문제를 풀려고 생각하면 할수록 부정적 기분의 늪에 더욱 빠진다. 1주일 정도만 시간을 내라. 마음 맞는 사람과 여행을 다녀오거나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미뤘던 일에 몰두하자. 대하소설을 쌓아 놓고 밤낮으로 읽자. 이러는 사이에 기분이 바뀌고, 기분이 바뀌면 동일한 사건이 달리 보인다. 이쯤 되면 생각도 긍정적으로 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새롭게 세울 수 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길게 보고 나간다면 한때의 굴곡이 오히려 자기 인생의 작품성을 높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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