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기획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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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진단검사 결과를 조작해 요실금 수술을 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타낸 산부인과 의사, 간호사, 의료기기 수입업체 직원 등 19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소변을 볼 때 발생하는 요(尿)누출압이 120cmH₂O 미만인 경우에만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는 기준이 생기자 검사결과를 수술이 가능한 수치로 조작해 시술을 하고 요양급여금 7억 원을 받아냈다. 의사들이 요실금 환자들을 오로지 돈벌이 대상으로 보고 불필요한 수술을 받게 만든 것이다.

▷임신과 출산 경험이 있는 중년 여성들은 방광과 요도를 지지해주는 조직이 느슨해져 웃거나 걸을 때 소변이 새기 쉽다. 당사자는 민망하고 불편하지만 죽을병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민영 보험회사들은 요실금 보험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저렴한 비용에 요실금을 개선할 수 있는 보험상품이 생기자 여성들이 대거 수술을 받았다. 그 결과 요실금 수술 환자는 2001년 1만6506명에서 2006년 7만387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구멍이 생기자 정부가 2007년 2월 요실금 수술을 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한 것이다.

▷요실금은 시술과정이 간단하다고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시술을 한 병원과 의료진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요실금 수술을 꼭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도 있는 마당에 검사수치를 조작해 수술을 하게 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수술은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 아무리 가벼운 수술도 감염관리가 잘못되거나 합병증이 생기면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위험하지 않은 수술은 없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가 수술을 선택할 때는 수술을 했을 때의 위험이 하지 않았을 때의 위험보다 낮고 결과가 좋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수술은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외과) 의사를 위한 것”이라는 미국 스탠퍼드대 흉부외과 전문의 존 루이스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수사 당국자들이 사건사고가 없을 때 ‘기획수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의사들도 ‘기획수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수술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병원과 의사도 수입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의료인으로서 기본적인 윤리를 망각한 행위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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