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승일]녹색성장 위해 ‘똑똑한 전력망’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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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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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녹색성장은 대한민국의 국가비전이자 발전전략일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전 인류의 화두가 됐다. 이산화탄소를 줄여 지구 온난화를 막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더욱 풍요로운 미래를 열고자 하는 일을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7월에 발표하면서 녹색산업 분야에 대한 국가투자 계획을 밝혔고, 2020년까지의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유엔의 기조연설에서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우선 화석연료에 의존했던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꿔야 하는데, 여기에 사용하는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에너지를 이용해서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망으로는 이런 일을 해내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풍력이나 태양광을 이용하여 만드는 신재생에너지는 설령 적은 양의 발전설비를 현재의 전력망에 도입해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또 전기자동차는 충전하고 방전하는 설비를 적재적소에 만들지 않는다면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저탄소 녹색에너지를 대규모로 활용하여 전기를 만들고 더 나아가 전기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품질의 전기를 공급하려면 지금의 전력망을 혁신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스마트 그리드이다. 말 그대로 똑똑한 전력망이다. 현재의 전력망에 새로운 전력기술을 접목해 양질의 전기품질을 유지하고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전력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의 양방향 정보교류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전기를 합리적으로 쓰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녹색성장 시대의 기본 인프라이며 스마트 그리드 없는 저탄소 녹색성장은 한낱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가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변동요금제도를 만들고, 매시간 변동하는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주식을 거래하듯이 전력소비자는 가격이 쌀 때는 전기를 사서 쓰고 비쌀 때는 사용을 줄이거나 전기를 되팔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잘 이뤄지면 전력소비와 발전소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다. 환경도 보전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국가전력망을 보유하고 운영하는 한국전력이 ‘에너지포털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실시간 전기사용량 정보와 요금 정보를 제공하여 고객 스스로 자발적인 전력수요를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이다. 본격적인 스마트 그리드 도입을 준비하는 한전의 적극적인 의지와 기술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큰 진전으로 생각한다. 막대한 비용과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 구축과 표준화 사업에 앞으로도 과감한 인적 물적 투자확충을 기대한다.

한국은 7월 이탈리아에서 열렸던 주요 8개국(G8) 확대정상회의에서 스마트 그리드 선도국가로 지정되어 앞으로 전 세계 스마트 그리드 기술 개발 협력에 리더 역할을 맡게 됐다. 그리고 2030년까지 세계 최초로 스마트 그리드를 완성하기 위한 첫 시도로 제주도에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를 구축하는 사업을 8월에 시작했다.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의 필수 인프라인 스마트 그리드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을 위한 세계 각국의 소리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우리의 힘을 모아 세계를 이끄는 선진 일류 스마트 그리드를 만들어 내야 할 때다.

문승일 서울대 공대 교수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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