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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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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1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은행 인턴들이 중도에 그만두고 있다.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1월에 430명을 채용한 신한은행은 현재 남은 인원이 300명뿐이다. 3월 초에 500명을 뽑은 하나은행도 한 달 만에 21명이 나갔다.
왜 이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인턴직을 포기하는 걸까. 다른 직장의 정규직에 합격해 그만두는 사례도 있지만 막상 은행에 나가 보니 마땅히 할 일도 없고 잔심부름만 하는 일상에 실망하고 떠나는 이가 상당수다.
장기 인턴십은 은행들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의지에 협력하기 위해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고안해 낸 6개월짜리 코스다. 은행 취업을 목표로 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오랫동안 현장에서 직접 실무 경험을 해보면서 정규직 취업을 준비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부푼 기대를 안고 들어간 은행에서 고작 시키는 일이 서류 복사 및 잔심부름이나 사무보조로 제한되어 있어 인턴 업무에 한계를 느끼고 떠나는 젊은이가 많다. 한 취업준비생은 “인턴으로 일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거의 인사만 하고 다닌다”며 “계속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장기 인턴십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민은행을 보면 인턴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국민은행에서는 2월 이후 두 달간 취업과 대학원 진학으로 12명이 나갔다. 국민은행은 인턴을 뽑을 때부터 부서별로 인턴인력 수요조사를 실시해 인턴을 필요로 하는 부서에 배치했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가 많은 일선 영업점에서는 인턴의 활용도가 떨어질 것을 감안해 영업점이 아닌 본부 부서, 센터 등에 배치해 인턴이 실무를 최대한 익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과장급 이상 직원 한 명씩을 일대일로 멘터로 지정해줘 인턴사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턴제가 저소득층의 생계비를 보전해주는 취지의 ‘공공 근로사업’처럼 운영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다. 더욱이 이번 장기 인턴제의 재원은 은행 임직원의 월급을 깎아 마련한 것이다. 인턴들에게 희망, 열정, 배움을 줄 수 있도록 제도의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수정 경제부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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