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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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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새벽(한국 시간)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21·여) 씨. 그는 대회를 마친 후 스승인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국제전화 통화를 하며 펑펑 울었다. 신 씨는 “선생님이 안 계셨더라면 우승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신 씨는 전북 전주시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언니 아라(25) 씨와 함께 주말마다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서 김 교수에게 바이올린을 배웠다. 초등학교 때 새끼손가락 뼈에 금이 갔는데도 깁스를 풀고 대회에 출전할 만큼 악바리 근성을 보였던 신 씨를 위해 김 교수는 10년간 레슨비도 받지 않고 가르쳤다.
자기 악기를 마련하지 못한 신 씨 자매는 콩쿠르나 연주회 때마다 악기사에서 바이올린을 대여해 왔다. 언니 아라 씨는 스승인 김 교수의 바이올린을 빌려 2006년 티보바가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했다. 빌린 악기로 숱한 콩쿠르에 출전해 오던 현수 씨도 지난해 10월 하노버 콩쿠르에서 2위를 해 이탈리아의 명기인 과다니니를 3년간 빌릴 수 있었다.
신 씨는 2006년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선욱(20) 씨에 이어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다. 그의 성취는 지방 출신인 데다 가난한 환경을 딛고 일어선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24일 귀국 기자간담회에서 신 씨는 “해외 콩쿠르에 나가 보면 기업을 비롯한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악기부터 참가비까지 걱정하지 않는 외국 친구들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체육 분야에선 박태환이나 김연아 같은 선수에게 체계적이고 폭넓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그런 지원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국내 문화예술계에서 세계적인 연주자를 키워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예술교육 비용 때문에 재능 있는 기대주들이 꿈을 펼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신 씨의 우승을 계기로 우리의 예술교육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점검했으면 한다.
전승훈 문화부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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