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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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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큰 역할에도 원자력은 국민에게 크게 사랑받지는 못한 것 같다. 그것은 우리가 원자력발전을 시작한 바로 다음 해인 1979년에 미국에서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가 발생했고, 약 7년 뒤 구소련의 체르노빌에서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되는 최악의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원전의 안전성을 의심하게 하는 두 건의 사고는 원자력을 침체기로 이끌었다. 그러나 워낙 가진 게 없는 우리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 1970년대 말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이미 국가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하면서,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않고는 세계 속에서 경쟁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됐다.
작년 초부터 석유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지 이미 오래고, 150달러도 시간문제라고 한다. 1978년에 전기 값은 22원 정도였다. 지금은 77원 정도이니, 약 3배 반으로 오른 셈이다. 자장면은 당시 300원이었지만, 지금은 5000원에 육박하고 이천 쌀 가격은 당시 10kg에 3400원이었지만, 지금은 10kg에 3만 원 정도이다. 지난 30년 동안 서민물가는 10배 이상 올랐으나, 전기료는 3배 정도로밖에 오르지 않은 셈이다. 엄청난 유가 상승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전기료를 낮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값싸고 안정적인 원자력발전 덕이라고 볼 수 있다.
몇 년 전 교토의정서가 비준되면서 지구온난화가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부터 대체에너지 개발은 모든 국가의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그 효과는 너무 미미했고 빠르게 상승하는 지구 온도를 감당하기에 너무 더딘 진행이었다. 지구는 계속 더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 자동차 연료는 하이브리드카의 개발로 조금 숨통을 틔웠으나 화력발전을 대체할 대안은 묘연하다. 원자력을 반대하는 여론이 있긴 하지만 에너지 절약과 수력 및 대체 에너지로 총발전량의 절반이 넘는 화력발전을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데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
대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은 비단 과학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인, 국회의원, 경제인, 일반 국민 모두 참여해야 할 숙명적인 과제이다. 배출가스로 지구를 병들게 할 수는 없다. 단 하나의 지구를 살리는 일에 어찌 내가 있고 남이 있겠는가?
현재로서는 원자력 외의 대안은 없다. 원자력발전은 다른 전원에 비해 그 단가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고, 무엇보다 지구를 오염시키는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에 국민들은 아직 확신이 없는 것 같다. 독립 규제기관에 의한 철저한 감독과 까다로운 절차로 규제하는 미국에서 스리마일 섬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는 규제와 원자력진흥을 같은 기구에서 수행하면서 신뢰감을 떨어뜨린다. 국제원자력기구에서조차 규제의 독립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에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규제의 독립성을 추구해야 한다. 이제 원자력발전 30돌을 맞이하였지만, 앞으로 더욱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이은철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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