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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8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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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청이 지나치게 호화스럽다는 논란이 일었을 때 서울 A구청의 한 팀장이 했던 말이다. 크게 지어놓고 다양한 용도로 쓰면 되지,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었다. 재정이 빠듯한 지방자치단체가 혈세를 낭비한다는 시민들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공무원 1739명에게 공무원의 전문성에 대해 물어봤다. 전문성이 낮다는 대답은 6.8%에 불과했다. 보통이라는 대답은 46.5%, 높다는 대답은 44.2%였다.
연구원이 같은 질문을 시민들에게 했다. 공무원의 전문성이 낮다는 응답은 43.1%, 보통이라는 응답은 50.2%였다. 높다는 반응은 6.7%에 불과했다.
공무원의 서비스에 대한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공무원은 48.1%가 만족했지만 시민의 49.6%는 만족도가 낮다고 말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시민의 평가가 인색해서인가, 아니면 공무원이 자신들의 성(城)에 갇혔기 때문인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일하다가 이제는 공무원을 지휘하는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무원은 도와주는 것은 얼마 없으면서 군림하려고 한다. 자기 편한 데까지만 고객지향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인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지경부가 충남 천안시 공무원교육원에서 마련한 강연을 통해 “과도한 사전 규제와 번잡한 절차가 많지만, 규제 완화는 숫자 채우기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민원인의 요구, 규제 완화, 조직 축소에는 신중하다 못해 굼뜨지만 공무원들이 빠르게 움직일 때가 있다. 인사권자가 호되게 질책하는 경우다.
지난달 15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 때 이명박 대통령이 “화성에 가보니 경찰서가 하나도 없더라”고 말하자 경기 화성서부경찰서가 문을 열었다. 20일 만에, 가건물을 지어서.
매사에 이렇게 신속히 움직였다면 혜진이와 예슬이가 생명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매사에 솔선수범하려는 자세였다면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의 정부중앙청사에서 불이 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늦은 시간에 남아서 봉사하는 공무원까지 모두 싸잡아서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공무원의 시각이 이제는 정말 변해야 하지 않을까. 보신에 급급하고 겸손하지 못한 태도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국민이 언제까지 인내심을 갖기는 어려운 법이다.
이유종 사회부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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