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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0월 12일 2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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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국정 상황을 소상하게 꿰뚫고 있고 체제에 대한 분명한 소신과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진짜 권력자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폐쇄와 압제로 2300만 주민의 인권을 짓밟고, 굶어 죽게 만드는 독재자를 민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이렇게 평가할 수는 없다. 그렇게 유능하고 확신에 찬 지도자가 주민들의 의식주 하나 해결 못해 세계를 향해 ‘핵 도박과 구걸 행각’을 벌이는가.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의사가 없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遺訓)이다’라고 말했다”고 소개함으로써 북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처럼 말했다. 대통령은 김 주석의 유훈이 뭔지나 알고 그런 말을 하는가. 유훈은 ‘한반도의 비핵화’다. 북의 핵이 아닌 남의 핵, 곧 미국의 핵우산을 벗겨 내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입만 열면 하는 소리를 듣고 감명이라도 받았다는 얘기인가.
노 대통령은 “핵 문제에 한국이 끼어드는 것과 한반도비핵화 선언 등에 다 있는 것을 자꾸 꺼내는 것을 북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선언문에 ‘9·19 공동성명과 2·13합의 이행’이라고 언급했다”고 했다. ‘북핵 문제를 거론해 확답을 받아 오라’는 온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북의 눈치나 살피고 왔다는 얘기다.
10·4 공동선언에 명시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의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노 대통령은 “3자, 4자라는 것은 사실 나도 별 뚜렷한 의미를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안을 다듬는데 그런 표현이 있어 물어 보니 북측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 별로 관심 안 가지고 넘겼다”고 했다. 사인(私人) 간의 계약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선언문을 대통령이 의미도 모른 채 사인했다니 중대한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두고 “헌법상 영토선이 아니고 남북 간에 합의한 분계선도 아니다”라고 한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우리 장병들이 목숨으로 지켜 낸 NLL을 대통령이 앞장서서 허물겠다는 것인가. 무슨 이유로 반세기가 넘게 유지돼 온 NLL을 흔드는가. 수도권 방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노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히 북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수준을 넘어섰다. 남은 임기 4개월 동안 또 무슨 말을 할지 모르니 국민은 참으로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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