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윌리엄 파프]테러와의 전쟁, 혼자만의 전쟁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2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1968년 베트남전쟁 당시 테트 대공세 때처럼 테러와의 전쟁 상대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고 서서히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 결과는 (베트남전쟁 때와) 같을 것이다. 전쟁에 대한, 부시 행정부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 붕괴라는….

이라크에서 폭력 사태는 꾸준히 늘고 있다. 안바르 지역의 전투 상황은 이제 걸프 만의 미군 예비 병력에서 1개 기갑여단을 빼내 배치하기에 이르렀다.

미군의 새로운 잔혹 행위도 보도됐다. 가장 견고한 직업군인으로 평가받는 해병대원들이 억제할 수 없는 폭력과 저항에 밀려 그들의 한계를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는 교통사고가 일어난 뒤 반미 저항이 폭발했다. 미군과 외국 시설에 대한 격렬한 공격을 불러일으켰으며 남부에선 재결집한 탈레반 세력이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선 수감자 75명의 단식 투쟁과 불복종 사태로 미 국방부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물론 민간단체와 유엔의 비난을 사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충분히 예측됐던 일이다. 관타나모에서 그랬듯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피점령국 국민이 점령군에 당하는 모욕에서 비롯됐다. 수치심과 분노는 폭력과 복수를 낳는다.

계간 ‘테러리즘과 정치폭력’ 최신호에 실린 어떤 논문은 한 헌병대 부사관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우리는 늘 상관에게 이런 식으론 안 된다고 얘기하지만 그들은 듣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더 강력히 대응할 것만을 요구한다. 주민들은 격리되고 있다. 바로 그것 때문에 우리는 죽고 죽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짜 문제의 근원은 부시 대통령과 측근들의 환상에 있다. 옛 소련의 반체제 인사였고 이스라엘 장관을 지낸 나탄 샤란스키 씨가 해 온 얘기, 즉 세상 모든 사람은 미국에 의해 해방되길 원하는 태생적 민주주의자라는 환상 말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올해 1월까지도 미국의 리더십 아래에 있는 근대 주권국가들의 국제체제를 거대한 민주국가들의 연합체제로 대체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이는 국제관계란 미친 독재자나 터무니없는 이론가의 파괴 행위에 맞서 문명이 보존해 온 가치들을 지키면서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도 가라앉지 않고 버티는 것이라는 현실을 무시한 환상이다.

딕 체니 부통령이 주도하는 강경파는 이제 ‘승리’가 아닌, ‘2008년’에 다다르기 위해 순전히 파워에만 의지하고 있다. 2008년이면 그들의 난장판 정책은 새 대통령의 집 근처에 내동댕이쳐질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파워를 믿는다. 하지만 더는 파워가 먹히지 않는다. 그 증거가 바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이제 부시 행정부는 이란을 손보려는 것처럼 말한다. 적어도 이스라엘은 그것을 바랄 것이다.

지구상 최강국이라고 해서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약함은 파워보다 강할 수 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약함은 미국의 파워를 좌절시키기에 충분한 장애물과 엄청난 현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동맹국들은 그 진로가 어리석다고 생각하면 따르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의 치안 업무를 떠맡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은 앞으로 미군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며 불시로 가옥 수색을 하거나 구금자를 미군에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현장의 이런 불신에 비춰 보면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은 이제 미국 혼자만의 전쟁(one-nation show)이 돼 가고 있다.

윌리엄 파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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