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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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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집권 정치세력이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지 못할 때 집권당 후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당선되기 힘들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한나라당의 압승은 그들이 잘해서 얻어 낸 결과라기보다는 집권 여당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질타 덕을 본 것이다. 즉 반사이익을 톡톡히 챙겼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더불어 이번에 당선된 사람들은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겸허한 자세로 국민에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나라당은 불법 정치자금, 공천 비리, 불법 선거운동 등 정치 부패로부터 아직 자유롭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도 대부분의 정치 부패는 한나라당 주변에서 적발되지 않았는가? 국민이 원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정치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야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집권 여당과 정부를 견제하는 것인데, 그러한 역할을 담당할 만한 도덕적 자격이 충분히 있는지 스스로 반문해 봐야 할 것이다.
셋째,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은 내부적으로 이념적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 내에는 수구적 보수세력부터 중도 및 개혁세력까지 고루 분포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국민은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정체성이 희미한 정당은 분열되기 쉬울 뿐 아니라 일관성 있는 정책 노선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그런 정당은 구태의연한 지역주의 정서에 의존하기 쉽다. 이제는 한나라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국민 앞에 당당히 밝혀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총체적으로 보아 지역 이슈들이 집권 여당 심판론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선거이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공천만 받으면 막대기도 당선될 수 있는 그런 선거 분위기였다. 그 결과, 단체장과 의회를 동시에 한나라당이 지배하게 된 지역이 대다수다. 지역 정치에서 ‘한나라당 독재’가 가능하게 되었다. 한나라당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지역 살림이 잘못되면 한나라당은 무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심을 한나라당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라고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한 상당수 사람은 그 후보를 지지했다기보다는 집권 여당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가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였다면 모두 탈락했을지 모른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압승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구태의연한 정치의 틀을 깨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를 보여 주지 못한다면 일시적인 지지층은 금세 증발해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위기를 맞게 되면 이것은 집권 여당만의 책임이 아니다. 야당도 상당 부분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예를 들면 탄핵정국을 주도해 국가 에너지를 엄청나게 낭비한 책임, 사학법 장외 투쟁으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 책임, 양극화가 점차 심화되어 가는 사회 현실에 대한 책임 등으로부터 한나라당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겸허한 자세로 현재의 어려운 국가 현실에 대한 야당으로서의 책임감을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도 이제 예비 대선주자들의 행보가 가시화될 것이다. 그들의 경쟁 과정은 깨끗하고 공정해야 하며 민주적이어야 한다. 그들의 경쟁을 통해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뚜렷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 한나라당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온갖 정치 비리의 온상인 ‘부패 정당’,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수구 정당’, 반사이익만 챙기려는 ‘반대 정당’의 체질과 이미지를 극복하지 않고도 수권 정당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이남영 숙명여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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