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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4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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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법을 둘러싼 미 의회의 찬반 논쟁이 멕시코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아보기 전에 최근 여론조사를 먼저 살펴보자.
여론조사기관인 미토프스키가 지난달 말 발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좌파이자 전 멕시코시티 시장인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투표 의향자 중 37.5%의 지지를 얻었다. 이어 집권 국민행동당 펠리페 칼데론 후보가 30.6%, 제1야당인 제도혁명당 로베르토 마드라소 후보가 28.8%의 지지를 얻었다. 멕시코 선거에는 결선 투표가 없다.
많은 정치평론가는 오브라도르가 선전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민법에 대한 미 의회의 논쟁 결과가 선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1200만 명에 이르는 미국 내 불법 노동자들 중 대부분이 멕시코인이며 이들은 연간 350억 달러를 본국으로 송금한다.
이들이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곧 멕시코인 수백만 명에게 장기적이며 안정된 수입원이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달 27일 미 상원 법사위원회는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40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을 허용하고 궁극적으로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모든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서 6년간 체류하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상원 법사위의 이민법안은 멕시코에서 뜻하지 않은 횡재처럼 큰 환영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하원에서 통과된 이민법보다 이민자들에게 훨씬 더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센센브레너 공화당 하원의원이 주도한 하원 이민법안은 멕시코 접경지대에 700마일 길이의 장벽을 세우는 한편 모든 불법 이민자를 범법자로 몰아세웠다.
상원은 곧 법사위 안을 두고 표결을 하게 된다. 이후 양원 협의회는 두 가지 안 중 하나를 확정하거나 절충안을 채택할 것이다.
미국의 새 이민법이 멕시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의회가 더 우호적인 상원 법사위 안을 승인하면,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멕시코 관계 향상을 위한 폭스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이뤘다며 반길 것이다. 또 후보들 가운데 가장 친미적인 인물로 꼽히는 칼데론을 돕는 결과를 낳는다.
폭스 대통령은 이미 이런 전략에 착수했다. 폭스 대통령은 미 상원 법사위 안을 현 정부의 성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집권 여당 후보인 칼데론도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그는 “이는 멕시코가 차기 대통령의 6년 임기 동안 잘나갈 것임을 보여 주는 첫 번째 신호”라고 선전했다.
칼데론의 국제 관계 참모인 아투로 사루칸은 나에게 “우호적인 이민법은 미국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우리의 입지를 뒷받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이민협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폭스 정부의 주요 실정(失政)으로 여겨졌다.
반면 미 의회가 ‘센센브레너 법안’에 가까운 법안을 승인하면 멕시코의 대미 정서는 더 싸늘해질 것이다. 이 경우 오브라도르 후보가 유리해진다. 그는 미국과 이민협정을 체결하려는 노력은 시간낭비라고 비판해 왔다.
내가 보기에 멕시코의 정치 상황은 부시 대통령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이민법 제정에 달려 있다. 우호적인 이민법이 칼데론을 맨 앞으로 밀어줄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가혹한 법안이 오브라도르의 선두를 지켜 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안드레스 오펜하이머 마이애미헤럴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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