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박경아/물 아래 잠긴 ‘진짜 빙산’ 보여줘야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이제까지 기업들의 공시활동은 ‘빙산의 일각’에 비유될 수 있다. 북극에 떠 있는 빙산이 전체의 10%만 물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듯이 우리는 기업이 외부로 드러내는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라는 10%만을 가지고 기업 전체를 평가해 왔으며, 물 속에 잠긴 90%의 잠재된 경쟁력과 가치에 대해서는 간과해왔다. 기업은 재무성과 이외의 90%에 해당하는 비재무성과를 보여줌으로써 이미지와 명성을 높이고 이를 통한 수익 증가, 우수 인재 획득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근래에는 이러한 공시활동의 결과가 도덕적이고 투명한 기업, 환경친화적인 기업들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하여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SRI)의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미 여러 선진 기업들은 사회책임보고서(Social Responsibility Report), 지속가능성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 등의 형태로 비재무성과를 공시하고 있으며 국제기구들은 이러한 공시활동을 돕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 중 대표적인 것이 국제적 환경단체연합인 환경책임경제연합(CERES)과 유엔환경계획(UNEP)이 1997년에 설립한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의 ‘지속가능성 보고 가이드라인(Sustainability Reporting Guidelines)’이다.

GRI의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 활동에 관련한 ‘경제적 성과’, ‘환경적 성과’, ‘사회적 성과’의 3가지 성과 결과에 대해 보고하도록 제안하고 있으며, 기업의 경영철학과 방침, 그리고 이를 위한 경영시스템을 설명함과 동시에 가능한 한 정량 데이터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2005년 7월에 집계된 GRI 가이드라인에 따른 보고서를 발간하는 한국 기업은 7개로 일본(124개), 영국(77개), 미국(73개)과 같은 선진 국가들에 비하면 지속가능성 보고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인식이 턱없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기업이 사회적,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관행을 정착하고 일보전진을 하기 위한 이니셔티브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산업정책연구원의 ‘윤경포럼’은 아직까지 지속가능경영의 개념이 생소한 우리 기업들의 정서에 거부감이 없도록 ‘한국형 지속가능성 보고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있다.

이 프레임워크는 한국 기업들이 GRI 기준에 맞는 보고서를 발간하기 위하여 우선 보고할 수 있는 것과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제시하고 글로벌 지표가 간과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원인변수들을 찾자는 취지를 가지고 개발되고 있다.

6월에 동아일보사와 한국IBM BCS가 선정한 ‘존경 받는 30대 한국기업’ 대상을 수상한 유한킴벌리가 현재 이러한 한국형 프레임워크에 맞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작성 중에 있다. 올해 말에 발간 예정인 유한킴벌리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선두로 하여 한국형 지속가능성 보고 프레임워크가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보고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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