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러다 운송할 화물조차 없어지면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20분


경북 포항에서 시작된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가 부산 광양을 거쳐 수도권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부산항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수출도 심각한 타격을 받기 시작했고 외국인투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국가적 대란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지 정부의 무능과 화물연대의 도를 넘은 집단행동에 국민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물류는 한국이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를 지향하면서 핵심으로 꼽는 전략산업이다. 이런 국가 차원의 미래전략이 예상치 못한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통째로 좌초할 위기에 처했는데도 정부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지금까지의 노조 파업과는 성격이 다른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문제라고는 해도 정부의 대응은 너무도 무력하다.

국내외 선사들이 부산항을 떠날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3위의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선사들이 일단 항구를 다른 나라로 바꾸면 떠난 물량을 되찾아오기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결국 화물량이 줄어들고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의 수입도 감소할 것이다. 전면 운송 거부는 모두가 함께 망하는 공도동망(共倒同亡)의 길이다.

화물연대는 우선 물류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방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경제계 인사들에게 투자를 간청할 때 한국에서는 투자를 가로막는 사건이 벌어지는 기막힌 일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정부도 하루속히 대화를 재개해 화물연대를 설득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물론 원칙에 어긋나는 타협으로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로 드러난 물류시스템의 취약성을 수술하는 일도 뒤따라야 한다.

모든 수출입 업체들이 고통받고 부산항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현재의 상황은 무조건 끝내야 한다. 화물연대는 적절한 선에서 타협해야 자신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라살림이 줄어 운송할 화물조차 없어진다면 화물연대는 그 비난과 고통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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