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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7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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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군에 붙잡힌 ‘탄저균 여사’ 후다 살리 마흐디 아마시도 유엔 사찰단이 의심하던 이라크의 여성 과학자다. 한 사찰단원은 타하는 단지 ‘간판’에 불과할 뿐이라며 아마시가 숨어있는 ‘악의 천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군도 엊그제 아마시의 신병 확보 사실을 밝히며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모든 일정을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마시는 1997년 의심스러운 장비와 시약을 갖춘 바그다드대 과학대 실험실에서 유엔 사찰단에 적발돼 조사를 받은 전력도 있다. 여성의 섬세함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의 핵심 인사 2명이 모두 여성이라니 놀라운 일이다.
▷하긴 이라크 지도자 가운데는 화학무기를 실전에서 사용해 ‘케미컬 알리’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도 있었다. 본명이 알리 하산 알 마지드인 그는 88년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이 반란을 일으키자 화학무기를 동원해 5000여명을 학살했다. 알리는 전범재판에 회부되어야 마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사담 후세인의 사촌이라는 든든한 배경 덕분에 지금까지 권력을 누려 왔다. 아마시도 바그다드대 과학대 학장으로 재직하며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최고 권력 기구인 혁명사령부 평의회에 진출했다니 이라크에서는 대량살상무기가 출세의 비결이었나 보다.
▷공교롭게도 북한 핵개발의 대부로 알려진 경원하 박사가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보도와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 개발 때문에 이라크와 북한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심상치 않다.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옛 소련의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의 동상이 세워졌다고 한다. 독재자를 위해 수소폭탄을 제조하는 잘못을 저질렀으나 여생의 대부분을 세계평화와 인권보호를 위해 바친 사하로프, 그리고 이라크 과학자들. ‘과학은 양날의 칼’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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