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각장애 동급생에 1년반동안 손발 헌신 장샛별양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9시 02분


한 여중생이 외모 때문에 모두들 가까이하기를 꺼리는 시각장애 동급생을 1년반 동안 그림자처럼 돌봐왔다. 이 시각장애 동급생은 친구의 사랑 덕분에 아주 밝은 성격으로 변했다.

대전 가오중학교 3학년 장샛별양(15)이 이 학교와 담장을 맞댄 대전맹학교 3학년 심현희양(17)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5월. 두 학교가 통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돼 한 달에 2주일씩 합동 수업을 하게 되면서부터다.

현희양은 선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일뿐만 아니라 얼굴도 기형이어서 맹학교에서는 통합교육을 앞두고 3개월 동안이나 현희양을 참여시킬지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현희도 주저했어요. 한번도 자신의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남과 다르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통합교육 첫 날 ‘현희는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제자’라며 각별히 부탁했지만 제대로 적응할지 속이 탔어요.”

하지만 맹학교 통합교육 담당 원종대(元鍾大) 교사의 걱정은 기우였다. 샛별양이 그날부터 아무도 원치 않는 ‘도우미’를 자청해 현희양의 손과 발이 됐기 때문. 샛별양은 통합수업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학교 중앙 현관에서 현희양을 맞아 자신의 옆자리로 데려갔다.

화장실도 같이 가고 점심식사도 같이 했으며 수업시간에는 칠판에 적힌 내용을 귓속말로 알려줬다. 많이 움직여야 하는 체육시간과 갖가지 기호와 숫자로 가득 찬 수학시간은 샛별양이 가장 바빠지는 시간이다.

현희양은 “쉬는 시간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말을 걸어주지 않아 외로웠는데 샛별이가 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줘 즐거웠다”고 말했다.

샛별양은 점자실력도 수준급. 서로 볼 기회가 많지 않은 방학동안 편지를 보내기 위해 현희양에게서 틈틈이 익힌 덕분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현희양의 변화. 맹학교 울타리 안에서만 머물던 현희양은 언제부턴가 학내 통신망에 통합교육이 싫다는 글을 띄운 후배에게 조언까지 할 정도로 성격이 밝게 바뀌었다.

“네가 먼저 마음을 열어. 그리고 상대방에게 다가가 봐. 그들은 너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접근방법을 모르고 있을 뿐이야.”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각장애 학생과 일반 학생간의 통합교육을 실시, 한달 후 결과를 발표할 학교측은 이 두 학생의 우정과 변화를 가장 큰 성공사례로 꼽는다. 통합교육의 큰 목표는 장애학생에게 자신감과 사회성을, 일반학생에게는 배려의 마음과 관심을 길러주는 데 있다.

가오중 통합교육 담당 김은미(金銀美) 교사는 “부모의 생업을 돕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친구를 끔찍이 위하는 샛별이나 그의 배려에 스스로를 열어 가는 현희 모두 대견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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