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대상]최우수상 김동래씨-진도署 영예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9시 01분


《동아일보와 손해보험협회 등이 교통사고 예방 및 감소에 공로가 큰 개인과 단체를 발굴해 수여하는 ‘제1회 교통안전대상’ 수상자들을 2회에 걸쳐 나눠 소개한다. 시상식은 11월8일 오후 4시30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다》

▼최우수상 김동래씨▼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상을 받게 돼 약간 쑥스럽군요. 지금까지 해온 교통사고 예방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최우수상 수상자인 개인택시 기사 김동래(金東來·56·서울 마포구 합정동)씨는 “30여년간 남 모르게 해 온 봉사 활동을 인정받은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71년부터 택시를 몰고 있는 그는 출퇴근시간 교통 정리는 물론 도로교통 표지판 정비,교통사고 현장 제보 등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각종 활동을 혼자서 묵묵히 해왔다.

“택시 기사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신호를 어긴 승용차가 대형 트럭과 충돌해 운전자가 죽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한 적이 있어요. 신호만 제대로 지켰어도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죠. 이 일로 교통사고 예방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3000여회에 걸쳐 출퇴근시간 교통 정리를 해왔다. 비나 눈이 올 때는 귀찮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자신의 작은 수고가 교통사고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생각만 하면 저절로 힘이 생겼다.

또 자비를 털어 파손된 도로 표지판 500여개를 고치고 도로 맨홀 앞에 위험표지판 130여개를 설치하는 등 교통사고 예방 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택시 트렁크에 사다리와 각종 공구를 싣고 다니며 찌그러진 표지판이 있으면 곧바로 내려서 폈고, 도로가 파손된 곳에는 합판으로 만든 위험 표지판을 설치했어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기도 했죠. 아내도 처음에는 쓸데없는 일을 한다며 핀잔을 주기 일쑤였습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교통표지판 수리와 설치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고쳐진 표지판이 교통사고 사상자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제는 아내도 잘 이해해주는 편입니다. 저의 고집에 손을 든 셈이죠. 이번 수상으로 아내에게 면목이 서게 돼 기쁩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최우수상 진도경찰서▼

‘129일 동안 사망사고 무(無), 음주운전자 424명 적발, 과속운전 6524건 단속.’

경찰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전남 진도경찰서(서장 김학영·金學英·48)가 99년 8월9일부터 같은 해 12월말까지 교통사고 예방 특별근무기간 동안 거둔 성과이다.

인구 4만5000여명으로 전남에서 군세(郡勢)가 가장 약한 진도군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주인구 대비 교통사고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교통사고 다발지역’이었다. 도로 폭이 협소하고 굴곡이 심한데다 섬지역 주민들의 음주 무면허 과속운전이 잦아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김 서장이 부임하면서 주민들의 운전습관이 완전히 바뀌었다. 김 서장은 해마다 교통사고로 20여명이 숨지고 이 중 절반 가량이 음주사고라는 보고를 받고 100만원 상당의 음주감지기 30대를 즉각 구입토록 했다.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한 그는 8월9일부터 4개월여 동안 교통과와 8개 파출소 전 직원을 동원, 매일 오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음주단속을 벌였다. 또 1주일에 두 세 차례 사전 예고없이 주간 음주단속을 실시했고, 무면허 과속 중앙선침범 등의 사범도 가차없이 적발했다.

“음주단속 초기에 유흥음식점이나 횟집 등에서 영업이 안된다며 항의하기 일쑤였고 단속에 걸린 ‘지역유지’들이 협박성 전화를 거는 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김 서장의 단속의지를 보여주는 일화는 지금도 주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장 부임을 축하하기 위해 광주에서 내려온 선배 친구들과 술자리를 함께 한 그는 일행 중 한 명이 진도읍내에서 음주단속에 걸려 측정을 거부하자 다음날 곧바로 구속했던 것. 이런 일이 있고부터 주민들의 의식도 점차 변해 술을 먹고 핸들을 잡는 운전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또 새벽까지 순찰차를 도로에 세워놓고 단속하는 바람에 추수기 때마다 기승을 부리던 농산물 절도사건도 크게 줄어드는 부수효과를 거뒀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게 가장 큰 임무입니다. 단지 그 임무에 충실했을 뿐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부담스럽군요.”

김 서장은 “무 사망사고가 129일로 끝난 게 무척 아쉽다”며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사고예방을 위해 뛰어준 직원들과 수상의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진도〓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우수상 교통장애인협회▼

일반 부문 우수상을 받는 한국교통장애인협회(회장 임통일·任統一)는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모여 만든 단체. 교통사고를 직접 경험한 피해자들로 구성된 만큼 그 어느 단체보다도 교통사고 줄이기에 적극적이다.

90년 1월 협회가 설립된 이후 10여년간 1만2000여회에 걸쳐 ‘뺑소니 예방을 위한 자동차 번호판 닦아주기 실천대회’ 등 각종 교통안전 캠페인을 펼쳤다. 98년부터는 매년 ‘교통사고 장애인 교통안전 전국 순례’ 운동을 전개,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왔다. 실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가두 행진을 펼치는 만큼 일반인들이 갖는 관심도 높은 편.

또 협회 출범 때부터 주력하고 있는 ‘교통사고 유자녀 지원 사업’은 정부나 보험회사가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분야여서 대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이 협회는 교통사고 유자녀 616명에게 매월 5만∼10만원씩의 생활비를 보조해주고 있다.

임회장은 “교통사고로 부모가 사망하거나 중증 장애인이 되면 남겨진 자녀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며 “9만800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회비로 생활비를 보조해주고 있지만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이번에 받는 상금도 회원들과 의논해 이 곳에 쓰겠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우수상 임평남씨▼

“교통안전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좀더 체계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시민들이 나부터 법규를 지키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교통사고는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학술 연구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은 임평남(林平南)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분석센터 소장은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앞두고 국민과 정부 모두 후진적인 교통사고율을 감소시키는데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호주 뉴사우스 웨일즈 대학에서 토목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뉴사우스 웨일즈 주정부에서 1년간 근무했던 임 소장은 87년 귀국 후 정부가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수립하는데 자문역할을 해왔다.

임 소장은 “90년 초 안전벨트가 교통사고 피해를 줄이는데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를 스웨덴 볼보자동차의 안전담당팀과 함께 공동으로 발표해 그 해 8월 도로교통법 개정 당시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는데 기여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호주에서의 행정경험을 살려 국내 교통신호 운영체계와 도로안전표지를 개선하고 과속차량 무인단속 체계를 도입하는 데도 공헌했다.

동아일보가 교통안전캠페인을 시작한 96년부터 지금까지 자문위원으로 일해 온 그는 “동아일보 같은 유력 매체가 교통안전에 신경을 써온 만큼 선진 교통문화가 머잖아 정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우수상 수원교도소▼

우수상을 수상한 수원교도소(소장 황신행·黃信行)는 98년 6월 교통사범 전담 교도소로 지정돼 전국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3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교통사범들을 수용,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수용자들은 우선 출소 때까지 4단계로 나뉜 프로그램에 따라 안전교육을 받는다. 1단계는 인성검사 및 안전운전 성향 테스트, 2·3단계 자동차 정비 및 컴퓨터운용 등 직업훈련과 외부산업체 통근작업, 마지막 4단계 156시간에 걸친 교통안전 실습 등의 사회적응 훈련이다.

교도소는 교육분위기 조성과 시각적 효과를 위해 교도소 구내에 교통사고차량 탑과 교통표지판 등을 설치했으며 수용사동 복도는 도로를 연상시키도록 중앙선과 정지선, 교통표지판 등으로 꾸며져 있다.

이밖에 교통안전 전문가를 초청, 교육을 실시하는가 하면 반대로 모범 수용자들을 강사로 내보내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고 강의하도록 해 교통안전 경각심을 제고시키기도 한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지금까지 3000여명의 수용자들이 교통전문가로 배출됐으며 모범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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