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CBS 'FM팝스' 김형준PD, DJ 작가 믹싱까지 1인다역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42분


“국내 라디오에서 팝에 관한 정보를 많이 제공했다면 서태지의 하드 코어 음악이 그다지 새롭게 들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CBS 라디오 ‘김형준의 FM 팝스’(월∼토 오후 2시)의 김형준 PD. 그는 라디오의 팝 프로는 국내 가요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가늠자라고 말한다. 국내 가요는 미국 팝과 한국 고유의 정서가 접목되는 양식으로 전개되어 왔기 때문이다.

국내 방송에서 팝 전문 프로는 MBC ‘배철수의 음악 캠프’ 등 두 개. 국내 음악 시장을 가요가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방송에서 팝의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는 처지.

김 PD는 “시장 상황을 인정하더라도 팝 프로는 해외 음악의 트렌드와 정보를 전해 국내 가요의 다양성을 부추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팝전문 PD가 아니다. 92년 입사한 그는 ‘박정훈의 우리들’ 등 음악 프로를 맡아오다가 98년 10월 중순 개편 때 이 프로를 맡아 팝 전문 방송을 시도했다. 설문 조사로 음악에 대한 정보와 음악 우위의 프로에 갈증을 느끼는 청취자들이 상당수라는 사실을 확인했던 것.

“음악보다 스타들의 신변잡기나 농담이 많은 기존 FM 프로에 대한 반감이지요.”

‘… FM 팝스’는 인터넷 접속자가 하루 100여명에 이른다. 편성 시간대가 네티즌의 활동이 적은 오후임을 감안하면 프로그램은 상승 분위기다. 그러나 김 PD는 청취율을 높이기 위해 가요를 삽입하라는 등 부분 개편 요구를 받을 때도 있다고 말한다.

김 PD는 특히 진행(DJ)과 작가, 믹싱까지 1인 다역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작가와 PD가 따로 있는 타 방송사에 비하면 경제성에서는 단연 으뜸. 그는 “미국의 라디오는 대부분 원맨 프로그램”이라며 “작가를 많이 쓰면 그만큼 음악 외적인 게 많이 들어간다”고. 그는 앞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코너나 팝스타 인터뷰 등 특집 코너를 구상중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DJ)이면서 믹싱도 맡고 있다. 즉 ‘김형준의 FM 팝스’는 원맨 프로그램이다. KBS MBC 등 다른 방송사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PD와 작가가 팀을 이뤄 방송을 진행하는 점에 비춰 그는 라디오 프로그램 경제학의 전도사쯤되는 셈이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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