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10월 10일 19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대전 서구 괴정동 롯데백화점 뒤쪽 주택가에 사는 임명식(林明植·68·사진)씨. 5년 전만 해도 ‘농협 대전시 지회장’이었던 임씨가 97년부터 ‘러브호텔 반대운동’에 나섰다. 조용했던 자신의 집 주변이 ‘섹스촌’으로 바뀌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눈에 띄게 늘어나는 러브호텔을 막아달라고 대전 서구청에 수 차례 진정했으나 “행정소송을 걸어오면 우리가 진다”는 이유 등으로 거절했다.
70년대 말만 해도 논밭으로 둘러싸였던 이곳은 개발과 함께 술집과 여관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주택가가 20여개의 러브호텔에 포위된 상태. “이웃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여관이 들어섰지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여관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자라는 손자들에게 민망스러워요.”
임씨의 부인과 가깝게 지냈던 이웃 백모씨(50·여)는 자녀교육 문제로 아예 집을 비워둔 채 동네를 떠났다고 한다.
그런데도 러브호텔 신축작업이 끝없이 계속되자 임씨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7일 주민농성이 벌어진 고양시를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구청의 높은 사람들이 자기 집 주변에 러브호텔이 들어선다면 가만히 있겠어요?”
임씨는 구청 관계자를 상대로 한 청문회, 주민청원, 시민단체와의 연계대응 등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