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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23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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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면직처분 자체는 위법이지만 검찰 조직의 안정을 위해 복직은 허용할 수 없다는 이른바 ‘사정(事情)판결’을 내렸으나 2심은 ‘복직에 따른 복잡한 문제는 검찰이 내부적으로 조정해야 할 일’이라며 면직처분 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는 법원이 판결문을 통해 상명하복(上命下服)을 유난히 강조해온 검찰 조직의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상고심 절차가 남아 있고 그에 따라 실제 복직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우리는 심 전 고검장의 거취보다도 항소심 판결이 나온 뒤 그의 기자회견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는 “권력의 입맛에 맞게 일하는 정치검사가 지금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검찰파동 당시 그는 ‘검찰의 정치권력 시녀론’을 제기했고 젊은 검사들이 이에 동조하고 나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다짐하는 결의로까지 이어졌으나 그 후에도 검찰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검찰 수뇌부는 지난해 검찰파동을 수습하면서 거듭 정치적 중립과 공정한 인사 등을 약속했으나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여전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옷로비 사건 수사와 관련한 이종왕(李鍾旺) 전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의 사표 파동, 얼마 전 공개적으로 검찰 인사와 법무부 예규를 비판한 현직 검사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제언’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뿐만 아니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느닷없이 수사에 나섰다가 상황이 바뀌면 슬그머니 발을 빼는 행태도 여전하다. 지난해 말 재수사에 착수해 큰 파문을 일으켰던 서경원(徐敬元)씨 밀입북 사건 등이 그것이다.
재미동포 로비스트 린다 김 사건에서도 검찰은 석연찮은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죄질이 나쁘지 않다며 그를 불구속 기소했으나 법원은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법정구속했다. 검찰은 최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16대 의원을 기소하는 과정에서도 편파수사 의혹을 사고 있다.
본란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제도적 장치 못지 않게 검찰 내부의 자성과 분발, 특히 수뇌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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