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投사장 선후임의 明暗…각각 금감위와 검찰조사실로

  • 입력 2000년 8월 7일 19시 37분


‘한사람은 금감위원장으로, 다른 한사람은 검찰청사로.’

금융감독위원장으로 내정된 이근영(李瑾榮·산업은행 총재)씨와 공적자금 투입 책임을 지고 물러난 변형(邊炯·전 한국투자신탁 사장)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두 사람 모두 이른바 모피아(Mofia·재무부 출신들을 마피아에 빗대어 일컫는 속어) 출신이다. 재무부 관리를 마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국투자신탁 사장을 지냈으나 이씨는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산업은행 총재, 금감위원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변씨는 검찰이 부르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씨는 재무부 세제실장을 마지막 관직으로 94년 한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변씨는 이씨가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영전해간 96년 9월 세무대학장에서 한투사장으로 왔다. 행정고시는 이씨가 6회로 변씨보다 2년 선배.

두 사람의 운명을 이처럼 갈라놓은 것은 소위 공적자금.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을 받았는지, 아니면 거절했는지가 차이점이다.

이씨는 94년부터 96년까지 한투에서 과감한 영업전략을 구사했다. 투신사마다 관행처럼 이른바 수익률 보장각서까지 써주며 자금을 끌어들인 사실이 밝혀져 말썽을 빚은 것도 이때였다. 말썽 많은 투신사 부실이 만들어지는 데 일조한 셈이다. 당시 정부가 한투를 두 개 회사로 분리하는 구조조정을 시도하려 하자 이씨는 고시후배인 정부관료를 불러 “벌써 투신문제를 꺼내서 되겠느냐. 누구를 문책하려느냐”며 나무랐다는 후문이다.

반면 변씨는 96년 9월 한투 사장을 맡으면서 1년 뒤에 바로 외환위기를 겪는다. 친정인 재경부의 요청으로 부도난 신세기투자신탁을 기꺼이 인수했다. 투자한 대우채권 때문에 부실이 커져 5조원의 공적자금을 받은 뒤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금감위는 5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이씨에게는 ‘주의적 경고’ 처분을 내렸고 변씨에 대해서는 투자실패 책임을 물어 ‘검찰에 통보’했다. 변씨는 이씨가 뿌려놓은 부실을 거둬들이는 악역을 맡는 바람에 관료로서는 최대 불명예인 ‘재산압류’ 결정을 받아놓은 상태다. 충남 보령출신인 이씨는 대전고를 졸업한 자민련계. 전남 장성이 고향인 변씨는 광주고를 졸업한 호남맨으로 공직 시절에도 출신지역 때문에 적잖은 서러움을 겪었다는 뒷소문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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