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출신 며느리 한국인 시어머니에 신장 이식

  • 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00분


한국인 시어머니와 노르웨이 출신 며느리간의 훈훈한 사랑.

21일 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는 아주 특별한 결혼식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밤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라기보다는 시어머니인 은옥 보네시(62)와 며느리 사라 갬비 갬블 길버트슨(35).

길버트슨은 지난해 6월15일 신장병을 앓고 있던 예비 시어머니에게 자신의 신장 한 개를 떼어 줘 새 삶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남자 친구가 어머니에게 신장을 내주려다 거부 반응이 우려된다는 의료진의 판정 때문에 수술을 포기한 뒤 낙담해 있는 것을 보고 선뜻 자신의 신장을 대신 내준 것이다.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길버트슨의 신장은 놀랍게도 아들의 것보다 이식하는 데 더 적합했다.

건강을 되찾은 보네시는 지난해 12월 아프리카로 청혼 여행을 떠나는 아들의 손에 자신이 결혼 30주년 선물로 받았던 다이아몬드 반지를 쥐어줬다. 아들은 탄자니아의 눈 덮인 산 정상에서 길버트슨 앞에서 무릎을 꿇고 프로포즈를 했다고 한다.

길버트슨은 그의 청혼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드디어 열린 결혼식에서 시어머니는 하염없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없었다면 나도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식 폐백까지 마친 뒤 신랑은 고운 치마 저고리에 족두리 차림의 신부를 업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22일 이들의 눈물겨운 결혼식을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식장에서는 으레 나오기 마련인 고부(姑婦)사이의 갈등에 관한 농담이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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