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러 변호사 최의섭씨…누명쓰고 숙청된 고려인 복권 앞장

  • 입력 2000년 4월 26일 19시 22분


러시아 거주 한국인 변호사 최의섭(崔儀燮·39·사진)씨가 스탈린 시절 숙청된 한인(고려인)의 복권(復權)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모스크바 ‘예딘스트보 법무법인’ 대표인 그는 최근 러시아 군검찰과 함께 1930∼40년대에 ‘간첩’ ‘반역행위’ 등 누명을 쓰고 비밀리에 처형된 한인에 관한 기록을 찾고 있다.

38년 극동거주 한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때를 전후해 구소련이 숙청한 한인은 3000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구소련정부는 스탈린 사후 50년대 말부터 시인 조명희(趙明熙)선생 등 일부 지도급 인사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복권을 시킨 바 있다.

최씨는 인하대 법대를 나와 91년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러시아 연방 변호사자격을 얻은 뒤 주로 투자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최씨는 처형된 러시아 거주 한인의 명단이 발견됐다는 기사(본보 1월 17일자 A31면)를 읽고 희생자에 관한 기록이라도 보고 싶어하는 유족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러시아 군검찰 당국을 찾아가 협조를 요청한 끝에 공동으로 복권을 위한 작업을 벌이게 된 것.

러시아 정부는 91년 ‘정치적 희생자의 복권에 관한 법’을 제정해 복권 업무를 군검찰이 맡도록 했다. 군검찰은 유족 등의 청원이 있으면 관련기록을 찾아 일반형사범이 아니란 점만 입증되면 사법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복권시킨다. 최변호사의 모스크바 연락처 095-270-4324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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