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기말 7개월의 시한부 내각

  • 입력 1997년 8월 5일 21시 33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5일 단행한 개각은 11개 부처의 장관을 경질한 중폭임에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高建(고건)총리와 경제 통일부총리 등은 유임시키되 신한국당 당적이나 의원직을 갖고 있는 장관들과 선거 주무부처 장관을 바꾸다 보니 숫자만 늘어났다는 느낌이다. 새 장관중에는 소관업무 전문성 면에서 고개를 갸웃거릴만한 사람도 있고 일부 임기말 선심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무소속 의원을 정무1장관으로 발탁해 정치중립 의지를 보인 것이나 지역안배에 신경을 쓴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새 내각이 약체로 짜였다는 인상이 짙다. 과연 이런 진용으로 김대통령의 임기말 7개월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그동안 30차례 가까이 개각을 하고 장관급만 1백30여명이나 바꾸는 바람에 가용인재가 많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청와대측은 이번 개각이 『당면 국정과제를 일관되게 수행하고 12월 대통령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걸맞은 인물들을 기용했는지 의문이나 이번 내각개편이 지닌 의미는 청와대측 설명 그대로다. 고총리체제 제2기 내각에 주어진 책무는 그 첫째가 철저히 중립적이며 공정한 선거관리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과거처럼 관권선거 시비에 휘말리거나 선거바람에 휩쓸려 위민(爲民)행정이 실종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내각에서 여당 당적 보유 장관을 바꾼 것만으로 선거 중립내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대통령으로부터 대선과정 내내 불편부당한 입장을 지켜야 하며 내각 구성원 모두가 특정후보 특정정당을 편들지 않고 오직 국민만을 위해 봉사한다는 각오를 다져야만 진정한 의미의 중립내각이 가능하다. 이번 개각을 두고 야당들이 선거중립 내각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절하하는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새내각에 주어진 또하나의 책무는 임기말 흐트러지기 쉬운 국정을 추스르는 일이다. 지금 우리 경제와 민생은 위기에 직면해 있고 외교 안보나 치안상황 또한 낙관할 처지가 못된다. 그럼에도 공직사회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은 여전하며 선거바람을 타고 줄서기에 급급한 공무원들도 적지 않다. 국정 구석구석을 챙겨 열심히 일해도 위기탈출이 가능할지 걱정되는 마당에 공직사회에까지 선거바람이 불고 이를 차단하지 못한다면 나라형편은 말이 아닐 것이다. 장관직무를 수행하는 데는 연습이 없다. 특히 임기말 7개월의 시한부 내각이 한번 일을 그르치면 달리 고칠 방법이 없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되돌아 오게 마련이다. 새내각은 김영삼정부가 그동안 벌여놓은 업무를 흠없이 마무리하면서 오직 국민에게 봉사하고 물러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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