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용불안 빨리 없애도록

  • 입력 1997년 1월 11일 19시 55분


새 노동법시행과 관련한 보완대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정리해고의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노동법 시행령에 규정하고 근로자 생활향상지원 특별법을 만들어 기업도산 등으로 인한 체불임금을 임금기금에서 대체지급토록 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같은 일련의 보완노력이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고용불안과 사회불안을 가라앉히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 고쳐진 노동법이 노동계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새 노동법이 시행되면 대량실직 바람이 일고 그에 따라 근로자들의 생활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상급노동단체의 지휘에 따라 일부 근로자와 기업노조가 파업에 나서고 있는 것은 국회의 법처리절차가 잘못되었다거나 노조가 요구해온 사항이 유예되었기 때문이어서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갈등의 핵심은 그것보다는 다가올 장래의 고용불안이다. 노동법개정과 관련한 그동안의 쟁점에 비춰볼 때 새 노동법은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조항과 제삼자개입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유예기간을 두기는 했으나 복수노조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등 노동계의 해묵은 과제를 상당히 수용했다. 그랬음에도 새 노동법이 기업의 편만 든 것으로 이해돼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 대체근로제 등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제반 제도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정리해고나 변형근로, 대체근로제 등은 법개정과 상관 없이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는 고용제도라는 데 고민이 있다. 기업들은 노동법개정 전에도 불황극복과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명예퇴직제를 활용해 왔다. 따라서 새 노동법이 정리해고제 등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느냐의 문제보다는 평생고용제도가 이미 무너져 가는 고용현실 속에서 가능한한 고용불안을 줄이고 근로자의 생활을 안정시킬 대책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이렇게 볼 때 정부가 새 노동법시행과 관련하여 임금지급 보장과 정리해고요건강화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지금처럼 사회적 갈등을 키워가기보다는 새 노동법의 부작용을 줄이고 고용안정과 근로자의 생활향상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내는 것이 시급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일은 정부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정부의 이같은 노력이 여야대화의 접점이 되고 정노(政勞)타협의 새로운 계기가 된다면 새 노동법이 불러온 갈등은 진정될 수도 있으리라 본다. 고용에 대한 불안과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빨리 가라앉히는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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