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기업의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주가가 전반적으로 내림세인 침체 증시에도 불구하고 사채자금과 출처불명의 음성자금이 대거 몰려 기업 인수합병관련 주식을 사들여 단기차익을 노리는가 하면 경영권 취득목적의 특정주식 집중매집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주식매집 협박꾼인 그린메일러까지 등장했다.
그린메일러란 특정 상장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모은 뒤 경영진을 위협, 적대적인 인수합병을 포기하는 대가로 자신들이 확보한 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사게끔 강요하는 투자자를 말한다. 기업인수합병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도 전에 부작용부터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M&A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 기업의 경영합리화와 부실경영주의 횡포로부터 소주주를 보호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문제는 내년 4월부터 주식소유 제한규정이 없어지고 M&A시장이 외국인에게 개방될 때 예상되는 부작용이다. 경쟁업체의 경영권 취득, 우량중견기업에 대한 약탈식 인수합병, 증시질서 혼란, 외국인의 적대적 국내기업 인수 등이 몰고올 역기능이 걱정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경영권 방어에 급급,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기 어렵고 일반투자자도 주가조작 등 피해를 면할 길이 없게 된다.
정부는 이번에 M&A제도를 개편, 공개매수제도를 보완하고 M&A의 신고대상 범위도 확대했다. 지분 25%이상의 주식을 취득하려면 공개매수로 아예 전체 주식의 50% 이상까지 의무적으로 사들이게 했으며 특수관계인이 아니더라도 공동의 목적을 갖고 25%이상의 주식을 매집할 경우 신고와 공개매수를 거치도록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미흡하다. M&A의 부작용과 역기능을 최소화하려면 기업합병의 허용범위를 제한하고 비생산적 비윤리적 기업인수, 작전세력과의 야합, 시세조종, 차명 및 음성자금의 동원같은 불법과 불공정행위를 차단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인수합병에 따른 대책도 서둘 필요가 있다. 현재는 외국인의 소유지분을 제한하고 있고 우호적인 인수합병만을 허용하고 있으나 M&A시장이 본격 개방되면 외국인도 적대적인 M&A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법률로 독과점의 규제 및 내부자거래에 의한 가격조작 방지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으며 상장기업주식의 대량거래와 공개매수 요건 및 신고의무를 강화해 M&A거래질서를 바로잡고 있다. 또한 외국기업의 M&A에 대해서도 넓은 의미의 미국 안보를 내세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M&A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경영의 합리화와 소주주의 정당한 권익존중 등 기업의 투명성 보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