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시간에 골프를 친 여야 의원 4명의 강심장이 놀랍다. 마침 그날은 근무시간중 골프를 친 공직자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돼 시끄럽던 날이었다. 게다가 대정부질문 기간중 의원들의 본회의장 이석(離席)이 잦아 국회의장이 의원들에게 자리를 지켜달라고 간곡히 호소한 때였다. 이런 시점에 국민대표란 사람들이 무슨 배짱으로 국회 대신 골프장을 찾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마디로 나사가 풀린 것이다. 또 스스로 국정을 논의할 자격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다짐한 바른 정치, 새정치는 한낱 구두선(口頭禪)이었음을 몸으로 보여준 실례(實例)라 할 수 있다. 비단 골프를 친 의원뿐 아니라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국회의원 모두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직무를 유기(遺棄)하고 있는 것이다.
대정부질문 닷새동안 TV에 비친 국회 본회의장 모습은 참으로 한심했다. 방청석은 거의 빈자리가 없이 꽉 찼는데 정작 자리를 지켜야 할 의원들의 의석은 텅 비기 일쑤였다. 국회의장은 회의 때마다 자리를 뜨지 말라고 호소했지만 의원들은 막무가내로 자리를 비웠다. 오죽하면 자녀들과 함께 우리 국회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교육적이란 자조(自嘲)까지 나왔겠는가.
의원들의 이런 무책임한 행동이 계속되어서는 곤란하다. 세금에서 나가는 세비는 꼬박꼬박 받으면서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은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걸맞은 제재를 가해야 한다. 회의 참석률에 따라 세비를 차등지급하거나 공개적으로 경고해 다음선거 때 유권자의 심판에 맡기는 방법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만 반짝 조치를 취할 듯하다 결국 흐지부지하는 악습(惡習)을 깨지 않는다면 새 정치는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