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주교단, “사제의 어린이 성추행과 은폐 사과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8일 23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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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의 어린이 성추행과 사실 은폐 시도. 사죄한다”
특정 국가 주교단의 총사퇴 결의는 가톨릭 사상 최초

칠레 가톨릭교회 주교단이 사제의 어린이 성추행과 사실 은폐에 대한 책임을 지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교황청 관계자는 “한 국가의 주교단 전체가 추문에 휘말려 총사퇴를 결의한 것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바티칸에서 교황과 긴급회의를 마친 칠레의 현직 주교 31명과 로마에 머물고 있는 전직 주교 3명이 모두 사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16일부터 교황과의 회의를 진행한 칠레 주교단의 페르난도 라모스 대변인은 “우리가 저지른 과오 때문에 고통 받은 피해자들, 교황, 칠레의 모든 가톨릭 신자들에게 사죄한다. 처분을 교황 손에 맡긴다”고 말했다.

지난 수년간 칠레 가톨릭교회는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87)의 어린이 성추행을 은폐하고 피해자들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1월 칠레를 방문한 교황이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을 은폐한 것으로 알려진 후안 바로스 주교의 승진 서품을 인정하고 그를 두둔하는 발언을 하자 반발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일각에서는 “이탈리아에 정착한 아르헨티나 이민 가정 출신인 남미 출신 첫 교황이라는 배경 탓에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교황은 바티칸 복귀 후 사건 재조사를 지시하고 “사안을 심각하게 오판했다”고 인정한 뒤 칠레 사제단을 로마로 소환했다. 칠레 주교단의 사직서 수리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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