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철회 은혜초, 年수업료 1600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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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배 올려 “이틀내 납부” 통보… 가장 비싼 의대보다 더 많아
학부모들 “다니지 말라는 협박”

서울에서 사상 첫 자진 폐교를 신청했다가 철회한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 정상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학교가 개학을 앞두고 수업료를 크게 올린 데다 급식과 스쿨버스 운행 중단 계획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8일 학부모들로 구성된 은혜초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학교가 책정한 올해 1분기(1∼3월) 수업료는 397만 원이다. 급식비와 스쿨버스 운행비 등을 뺀 금액으로 기존 수업료(160만 원)의 2.5배다. 연간 1588만 원으로, 지난해 국내 대학 중 등록금이 가장 비싼 이화여대 의대(1289만 원)보다 약 300만 원이 더 많다.

학교는 2월 12∼20일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 결과 자녀를 학교에 보내겠다고 답한 학부모가 35명에 불과해 수업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사립학교인 은혜초는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에 학부모들은 “터무니없는 금액”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상 학생 수(132명)를 기준으로 수업료를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수업료 책정 등 모든 학사 운영은 나이스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또 학부모들은 해고 통보를 받은 교사가 복직하는지 등 정상적인 운영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이뤄진 설문조사 결과에도 의문을 표시한다.

한 학부모는 “갑자기 수업료를 대폭 올린 뒤 이틀 안에 납부하라는 건 ‘학교에 다니지 말라’는 협박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학교는 2월 21일 오후 6시경 가정통신문으로 수업료 인상을 안내하며 납부 시한을 불과 이틀 뒤인 23일 오후 6시로 못 박았다. 또 개학 사흘 전인 27일 신학기부터 공립학교 교육과정대로 운영하고, 급식과 스쿨버스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은혜초 비대위 관계자는 “급식을 안 주고 공립학교와 똑같이 가르치겠다는데 누가 비싼 돈을 내겠느냐”며 “재단의 정상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일각에선 학교가 폐교를 위한 명분 쌓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합법적으로 폐교하려면 모든 학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학생이 1명이라도 다니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폐교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재단 이사장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1월 가까스로 폐교 방침 철회를 이끌어낸 서울시교육청은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가 줄어 재정이 부족한 게 학교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이지만 사립초에 재정 지원을 할 수 없다 보니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은혜초#폐교#철회#수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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