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실 “고용률 66%로 높아졌다”… 국민체감과 거리 먼 평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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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정부부처 업무평가 보고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태로 의혹의 중심에 섰던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6년 정부 업무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미흡’ 판정을 받았다. 방위사업청은 정부가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평가 등급을 공개한 2014년 이후 3년 연속 낙제점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무조정실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16년 정부 업무 평가 결과’를 보고했다. 국조실은 매년 42개 중앙행정기관을 상대로 국정과제(50점), 규제개혁(20점), 정책홍보(20점) 등의 부문으로 나눠 기관별 평가 점수를 매긴다.

 지난해 정부 업무 평가에서 기관 등급을 좌우한 가장 큰 변수는 단연 ‘최순실 게이트’였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돼 각종 사건 사고와 비리 의혹에 휩싸인 문체부는 이번 업무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미흡’을 받았다. 국정 농단 사태의 대표 사례로 지목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부실한 부분이 문제로 평가됐다. 최순실 씨 측근인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 등이 문화예술 정책을 마음대로 주무른 정황이 최근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조실은 “각종 비리 의혹으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등 문화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졌다”라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면으로 드러난 ‘예술인 부실 지원’도 도마에 올랐다. 국조실은 “창작지원금 제도 등을 운영 중이나 예술 활동 지원에 대한 예술인의 만족도는 낮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최 씨 측이 이권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평창 겨울올림픽 사업에 대해서도 “테스트 이벤트에 대한 국민 관심이 저조하고 비리 의혹으로 대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라고 밝혔다. 강원 강릉시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등 새로 지은 경기장에 대한 사후 활용 방안이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교육부도 1년 전보다 한 계단 낮은 ‘미흡’ 등급을 받았다.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특혜 의혹이 문제로 지적받았다. 국조실은 “대학 체육 특기자 전형 및 학사 운영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라며 이 문제를 거론했다. 공교육 정상화 등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도 가계 부담이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관련 정책에 대한 현장 체감도가 떨어졌다는 비판도 피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정책 목표를 단기간에 실현하기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다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들은 치솟는 등록금을 잡아 달라고 요구하고 대학들은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는 등 교육 정책 추진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되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교육 관련 규제를 자유롭게 풀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국정 역사 교과서 문제 등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점도 평가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교육부는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순실 사태로 문형표 전 장관이 구속되는 사태를 겪었지만 평가에서는 전년보다 한 계단 오른 ‘우수’ 등급을 받았다. 국조실은 “단전, 단수, 주거 열악 등 13개 기관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 27만 명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등 성과를 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결정에 국민연금 기금을 통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평가는 없었다.

 일자리 창출 미흡, 저성장 장기화 등 최순실 게이트에 가려져 국민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든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되레 ‘면죄부’에 가까운 좋은 평가를 내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 업무 평가가 여론의 눈치만 볼 뿐, 정부 정책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가 되기에는 모자란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실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극심한 고용 한파가 닥쳤다. 하지만 국조실은 “일자리 중심의 국정 운영으로 15∼64세 고용률이 2013년 64.4%에서 지난해 66.1%로 높아졌다”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평가를 내렸다. 지난해 16조 원의 고용 관련 예산을 쓰고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인데도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이 없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천호성 / 유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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