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후 ‘김연아 경기를 심판 본 것 자체가 영광이다’라고 말한 심판도 있었어요.”
8일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 심판으로 참가하고 돌아온 고성희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경기이사가 전해준 말이다. 김연아의 연기에 관중뿐 아니라 심판들도 매료됐다는 것이다.
고 이사를 포함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심판 자격증을 갖고 있는 한국인은 4명밖에 없다. 이지희 심판과 안나영 심판(계명대 교수), 이정수 심판이다.
이들은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을 어떻게 봤을까. 고 이사는 “김연아의 연기에는 어떤 작품이든 김연아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강렬한 색깔이 있다. 탱고를 배경 음악으로 사용하는 선수는 많지만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처럼 인상적인 연기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안나영 심판은 “예술적인 면을 보면 나무랄 데가 없었다. 대회 심판들도 대개 10점 만점에 9점대 이상을 줬더라. 심판들도 소름끼칠 정도의 감동을 받았다는 얘기다. 초반 점프 실수만 없었다면 10점 만점도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수 심판은 “김연아의 스케이팅이 어떤 경지에 이르렀구나 하는 느낌까지 받았다. 스케이트 날 사용, 스텝, 연결 동작 등이 예전과 비교해 훨씬 유연하고 부드러워졌다. 연기 자체에서 여유로움이 묻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지희 심판도 “초반에 실수를 하면 대개의 선수들이 크게 흔들린다. 그런데 연아는 이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첫 번째 점프에서 뛰지 못한 더블 토루프를 연기 중반 트리플 러츠에 붙여서 뛴 것도 노련미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향후 김연아의 연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이 대회가 김연아가 부상에서 회복해 나온 첫 대회였기 때문이다. 몸 상태도 완전치 않았고 프로그램도 처음 공개했다.
고 이사는 “지난해 말 열린 NRW트로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연기력과 점프, 체력 등이 모두 우월하다. 내년 2월 소치 올림픽을 안심하고 볼 수 있겠구나 싶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안 심판은 “본인의 말처럼 80%의 컨디션으로 이런 연기를 해냈다면 100%의 몸으로 치를 소치 올림픽에서는 훨씬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수 심판도 “이미 다른 선수와는 격이 다른 연기를 보이고 있지만 김연아이기에 올림픽에서 더 수준 높은 연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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