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장규수 박사의 ‘스타시스템’]따로…하지만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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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0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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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매니지먼트는 철저하게 비즈니스로 접근해야
● 연예인 준비생들의 인권에 대한 고민도 필요

티아라. 동아일보 DB.
티아라. 동아일보 DB.
최근 인기 걸그룹 ‘티아라’가 7인조에서 9인조로 개편된다는 소식에 여러 뒷얘기가 무성하다. 게다가 멤버가 계속 바뀔 수도 있다는 소속사 대표의 언급에 따라 일부 통제가 어려운 멤버나 나태한 멤버의 퇴출을 시사했다는 등의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티아라는 얼마 전 한 행사에서 성의 없는 무대매너를 보여 온라인상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차제에 소속사 대표가 팀 쇄신에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소속사가 티아라의 일정을 쉴틈 없이 잡았기 때문이라는 반발도 일고 있다.

사실 아이돌그룹들은 철저하게 전략에 의해 제작된 연예콘텐츠다. 음악이나 연예인의 발전보다는 철저하게 회사의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기획되고 있는 것이다. 티아라 사건은 꽤 흥미로운 연예산업의 분석대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 한 명보다 여러 명 선호하는 이유

국내 대표적인 아이돌 그룹이었던 H.O.T는 5명의 미소년으로 데뷔했다. 개성이 다른 5명의 멤버들은 남성적, 학구적, 반항적, 귀여움, 유머스러움 등 각기 다른 개성을 강조하며 각자의 팬 층을 확보하고 역할분담을 하고 있었다.

이른바 각자의 장점을 강조하며 서로 단점을 보완해주는 일종의 리스크 관리의 전략의 일부로 시작된 것이다. 이런 아이돌그룹은 다양한 팬 층을 공략하여 1인 스타와는 다른 폭넓은 팬들을 확보하는데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 등 등 해외의 사례에서 증명되었듯 남성그룹들은 다양한 개성의 멤버들로 폭넓은 여성팬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후 각 멤버들의 특징에 따라서 개별 활동까지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을 볼 때, 현진영의 리스크를 경험했던 이수만은 이러한 선택이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당연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물론 최근에도 1인 스타가 배출되고 있지만, 가수의 경우 기획사측의 리스크 관리와 지속적인 사업진행을 이유로 그룹결성을 선호하고 있다.

노래를 잘하는 멤버, 춤을 잘 추는 멤버, 랩을 잘하는 멤버 등 각자의 역할을 부여하여 데뷔 시 노출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고 추후 각자의 개성이나 어느 특정 멤버의 인기를 발판으로 개별 활동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즉, 아이돌그룹은 매니지먼트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기획사의 치밀한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특정 프로젝트에 일률적으로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것보다 다양한 장점과 단점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창의력과 시장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아이돌의 기본전략이란, 따로 또 같이

필자도 여러 회사에서 일하다가 독립할 당시에 이런 ‘따로 또 같이 전략’을 활용했다.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자금과 조직력의 경쟁에 대비하여 진입장벽이 낮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예쁜 소녀모델 5명으로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했었다.

원래 연기자, 가수, 개그맨 등 연예인 외에 모델들은 매니지먼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미 수입을 올리며 활동하고 있는 모델들을 매니지먼트하며 연예계 진출을 계획한 것이다. 그래서 섹시한 모델, 개성 있는 모델, 얼굴 예쁜 모델, 몸매 예쁜 모델 그리고 무난하게 예쁘며 여성스러운 모델로 구성된 초기 멤버들 중 결국 시장의 반응이 좋은 2명의 스타를 배출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섹시한 모델과 개성있는 모델이 관심을 받았으나 결국 미모로 대중의 시선을 고정시킨 얼굴이 예쁜 혼혈소녀 김디에나와 몸매가 좋은 강소영이 슈퍼모델로 성공적으로 연예계에 안착했다. 그리고 다양한 개성의 신인을 보유한 덕에 여러 곳의 수요에 각자의 특성에 맞게 투입하며 일정수준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러한 시도는 첫째 모델은 매니저 없이 에이전시에 속하여 전화연락을 받으며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소수의 뛰어난 모델그룹을 만들어서 홍보, 관리(매니지먼트)하여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둘째 다양한 개성의 구성원들을 매니지먼트하며 클라이언트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었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전략은 이제 아이돌그룹의 기획과 제작에는 기본으로 적용된다. 이러다 보니 멤버 중에서 한 명 쯤 바뀌어도 전체적인 그룹의 이미지나 활동에 지장이 없다. 다시 말하면 각 멤버의 역량보다 그룹의 브랜드와 기획사의 역량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여, 각각의 멤버들은 일종의 구성요소의 역할을 할 뿐이다.

■아이돌스타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 가는 콘텐츠

필자가 유명 아이돌그룹의 매니지먼트를 맡을 당시에 한 명의 멤버가 문제를 자주 일으켜서 회사에서 그 멤버를 퇴출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사실은 필자도 그 의견에 동의했으나 마음이 약해져서 더 타일러 보겠다고 한 적이 있다. 물론 그는 현재까지 연예인 활동을 잘하고 있다.

이처럼 대(大)를 위해서 소(小)를 희생한다는 의미에서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개인의 삶이나 미래보다 회사의 경영과 아이돌그룹의 미래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기획사가 비난을 받는 주요안 원인이 된다.

그러나 연예인도 엄연한 직업이란 점을 볼 때, 나이가 어린 아이돌그룹의 멤버들이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것도 문제가 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프로의식 없는 직원과 함께 일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매니저나 스텝들은 연예인의 부모가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지닌 비즈니스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돌그룹을 제작하는 시작부터 철저하게 시장의 요구와 기획자의 전략에 의해서 행해진다. 연예인 개인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조직이나 다른 전문 인력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함께 협업하는 의미가 더욱 크다. 실제로 회사의 존재목적은 ‘이윤창출’이 아닌가?

H.O.T . 동아일보 DB
H.O.T . 동아일보 DB
예로부터 태평천국에는 영웅이 없었다. 오히려 춘추전국시대에 난타전을 겪으며 영웅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2000년대 중반 S.E.S, 핑클, 베이비복스 등 원조 걸 그룹들이 사라지고 보이그룹들이 판칠 때, 시장의 수요로 인해서 걸 그룹들이 제작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남자보다 해외활동에 쉬운 걸 그룹이 난립하며 해외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나이가 어린 연예인들은 인기를 얻고 스타의 위치에 오르면 자만심에 빠지고 주위 사람들을 홀대하게 된다. 특히 걸 그룹은 매니저들이 관리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심지어 이런 저런 불만을 제기하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주위 스텝들의 관리에 따라서 불평, 불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협력을 하는 모범적인 스타가 될 수도 있다.

1999년 연말,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H.O.T가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진행자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남들처럼 놀지도 못하고 친구와 길거리를 활보하지도 못하는 불편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의 인기와 생활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성숙된 생각을 피력한 것이다.

최고의 스텝들과 최고의 음악활동을 하며 대중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것에 만족하며, 상대적인 불만을 갖지 않으려는 지혜로움을 지녔던 것이다.

스타는 누구보다도 ‘긍정의 힘’이 필요한 존재로 보인다.

장규수 | 연예산업연구소 소장 gyus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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