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지원방안을 최종 합의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고비 하나를 넘어섰다. 하지만 추가 구제금융에 회의적인 유로존 국가의 의회 승인 절차와 그리스의 긴축안 이행 여부가 남아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는 2014년까지 1300억 유로(약 194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그리스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21일 밝혔다. 20일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된 회의는 13시간 넘게 이어졌고 유로그룹은 그리스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60%였던 국가채무를 2020년까지 120.5%로 낮추는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또 민간 채권단이 보유한 2000억 유로 규모의 그리스 국채에 대해선 53.5%(명목가치 기준)를 손실 처리해 1070억 유로를 탕감해주기로 했다. 당초 50% 수준이 논의됐지만 유로그룹이 손실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해 채권단이 막판에 받아들인 것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에 따라 그리스는 다음 달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145억 유로의 국채를 상환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일단 그리스 구제금융에 반대해왔던 독일, 네덜란드 등 일부 유로존 회원국 의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독일 의회는 27일, 네덜란드 의회는 28, 29일 구제금융안 표결에 들어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의회 표결에서 조마조마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라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에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2차 구제금융 규모인 1300억 유로로는 그리스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엇보다 4월 말 그리스 총선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긴축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구제금융 집행이 미뤄지고 디폴트 가능성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유로그룹은 이날 회의에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태스크포스를 그리스에 상주시킬 것과 채무상환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적 장치를 2개월 내에 마련할 것을 그리스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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