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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공천 新풍속도]안개속 경선판도 “적군-우군 따로없다”

입력 2004-01-13 18:41업데이트 2009-10-10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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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정기영(鄭起泳) 성수희(成壽希) 맹정섭(孟正燮) 세 예비후보는 매일 아침 공동으로 회의를 개최한다.

서로 경쟁 관계인 이들은 1주일씩 교대로 사회를 맡아 정치 현안을 토론하고 공약 등을 협의한다. 서로 같은 사무실을 쓰는 데다 전화까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어 굳이 선거 전략을 숨길 생각도 않는다.

한 사무실 안에 선거캠프를 차린 것은 비용 절감 차원도 있지만 경선 불복으로 정치 불신을 키우지 않겠다는 데 서로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경선이 새 공천방식으로 등장하면서 후보간의 불필요한 대립을 막고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치신인들간에 이처럼 ‘적과의 동침’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전남 여수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하려는 김성곤(金星坤) 전 의원과 주승용(朱昇鎔) 전 여수시장은 최근 ‘경선에 승복하고 당선된 후보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합의문에 공동으로 서명하고 이를 인쇄한 당 차원의 홍보물을 당원들에게 돌렸다. 경선 후유증 방지를 위해 미리 공증(公證)까지 해둔 셈이다.

분구가 예상되는 충북 청주 흥덕에는 한나라당의 예비후보자 3명이 중앙당의 공천 결과에 승복하고 공천자가 선정되면 나머지 사람들이 적극 지지한다는 ‘신사협정’을 맺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당적을 초월한 ‘후보단일화’까지 모색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선거구에서는 각각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뛰고 있는 A 전 시장과 B 전 시장이 양당 동수의 대의원 경선 또는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盧武鉉)-정몽준(鄭夢準) 후보가 사용했던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후보단일화를 이룬다는 데 합의했다.

옛 평민당 출신인 두 사람은 “양당 당원들이 ‘공천을 받기 전에 안 되면 그 후에라도 힘을 합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일 상대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양당 지도부가 이런 단일화 움직임을 ‘이적(利敵)행위’로 간주해 공천을 거부할 우려가 커 양측은 섣불리 이를 공표하지 못하고 있다.

또 수도권의 한 분구 대상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현역의원과 대학 후배 사이인 민주당 예비후보가 비방 대신 좋은 점만 홍보해 주는 ‘품앗이’를 하자는 ‘비밀협정’을 맺기도 했다. 분구로 인해 서로 충돌을 피할 수 있게 된 만큼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의 공조관계를 구축하자는 계산이 맞아떨어진 것.

유권자들이 ‘공동의 적’을 낙선시키기 위해 나머지 후보자들의 연합전선을 요구하고 나선 곳도 있다. 수도권의 한 지역구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모인 보수 성향 청년들이 최근 한나라당으로 출마하려는 한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급진적인 열린우리당 후보의 당선을 막아 달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민주당 후보에게도 이 후보에 대한 ‘협공’을 주문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제휴와 연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3김 시대’가 막을 내린 것과 무관치 않다. 변화무쌍한 정치 환절기를 맞은 정치신인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생존 대응전략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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