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인간미 넘치는 한국인

  • 입력 1997년 3월 29일 09시 02분


한국에서 산 지 6년이 넘는 나는 누구를 만나도 「한국은 참 살기 편한 나라」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한국이 좋은 이유는 서로 믿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인간관계 때문이다. 거래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한국과 미국의 해결방식은 다르다. 미국은 「양보하지 마」 「싸우자」가 기본 스타일이지만 한국은 소송보다 협상이나 중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소송은 100% 성공 아니면 100% 실패 둘 중의 하나지만 중재는 둘 다 살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더 공정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화의 영향 때문인지 한국도 변해가는 것 같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계약서보다는 서로의 믿음을 더 중시했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변호사로서 경험상 조언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한국이 문화적으로 소송을 선호하지 않는만큼 국제거래를 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할 때 마지막 조항인 중재조항의 작성이 특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내가 한국을 좋아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한국인의 「칠전팔기」 근성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분명한 목적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 스코틀랜드인은 고집쟁이로 유명한데 스코틀랜드 출신인 내가 혀를 내둘렀을 정도니 한국인의 근성은 놀라울 정도다. 뉴욕의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던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한국에 오게 된 것도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다 알게 된 한국인 변호사의 인간적 매력과 칠전팔기 근성 때문이었다. 물론 3년여 동안 현지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한국관련 기사를 스크랩하면서 한국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갖게 된 것도 한국행을 결심하게 한 큰 동기였다. 당시 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한국은 어려움은 있겠지만 계속 발전하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뉴욕 파리 다음으로 서울을 좋아한다. 물론 교통이나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하긴 하지만 서울길은 그래도 안전하다. 무엇보다 직장동료들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서울생활의 가장 큰 매력이다. 새로운 한국어를 들으면 수첩에 적어가며 익히고 익힌 덕택에 나의 한국어 실력은 나날이 나아지고 있다. 6년여 동안 압구정동의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이웃과도 격의없이 지내는 사이가 됐다. 가끔 집 근처에 있는 클래식 음반점을 찾아가 낯익은 다른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도 나의 즐거움 중 하나다.「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한국에서는 한국법을 따른다」는 나의 생활원칙 덕분에 한국에서의 나의 삶은 행복하다. 마이클 헤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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