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사이언스]「X파일」과 「한탄 바이러스」

입력 1998-09-01 19:34수정 2009-09-25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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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TV연속극 ‘X파일’이 극장용 영화로 다시 만들어져 최근 개봉됐다.

‘X파일 신드롬’이란 말까지 만들어낸 이 작품의 인기 비결은 멀더와 스컬리라는 두 FBI요원의 특징있는 성격과 전편에 등장하는 온갖 초자연적 신비현상. 극장판 ‘X파일’에서는 TV시리즈에서 미스테리로 남았던 외계인과 지구인 비밀결사의 정체가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드러나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영화를 보면 외계인의 세포에 감염된 사람들이 ‘한탄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위장되는 장면이 나온다. 한탄바이러스는 유행성 출혈열의 병인(病因)으로서 실존하는 바이러스. 한국인이 처음 발견해 이같은 이름을 붙였다. 주로 들쥐가 전염하는 유행성출혈열에 걸리면 혈관 계통에 이상이 나타나며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심하면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

유행성 출혈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들 사이에 환자가 발생하면서 미국 육군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수천명이 정체불명의 괴질을 앓아 일부에선 세균전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미군은 이후 20년 가까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했지만 괴질의 정체규명에 실패했다.

그런데 60년대말 고려대 이호왕교수가 연구를 시작, 76년에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탄바이러스라는 이름은 바이러스의 숙주인 등줄쥐가 주로 채집된 한탄강의 이름을 딴 것.

‘X파일’에 나오는 한탄바이러스는 미국인의 제3세계에 대한 편견이 배어있는 듯해 과히 기분이 좋지 않다. 마치 영화 ‘아웃브레이크’에 에이즈 바이러스가 아프리카에서 발견되는 상황을 암시하는 내용이 나왔던 것처럼.

한국전쟁 당시 미국인들은 출혈열을 한국 특유의 괴질로 보았지만 사실 출혈열은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질병이다. 미국 남북전쟁 때도 비슷한 환자가 발생했으며 공식적으로는 1910년 소련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처음 학계에 보고됐다.

박상준(SF해설가)cosmo@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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