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사이언스 22]「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입력 1998-08-25 19:44수정 2009-09-25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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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로봇들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 겉모습만 금속성 기계일뿐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SF영화의 걸작이라 손꼽히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할(HAL9000)은 머리가 좋아 인간을 지배하려는 야욕까지 가졌다. 할(HAL)이라는 이름도 IBM의 알파벳 철자를 하나씩 앞으로 옮긴 것. 언젠가는 현실에서도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려 할지도 모른다는 풍자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60년대부터 본격 시작된 인공지능 연구는 20여년의 시행착오 끝에 ‘프로그램의 문제해결 능력은 지식의 양으로 결정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나타난 것이 ‘전문가시스템’.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로봇의 두뇌인 컴퓨터에 입력해 로봇 스스로 판단하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로봇에게 법률 지식을 입력하면 로봇이 검사나 변호사처럼 사건을 판단하고 형량을 정할 수 있다. 의학 지식을 익힌 로봇은 의사처럼 환자에게 증세를 묻고 병을 판단하며 치료법도 말해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전문가 로봇도 “지금 기분이 어떠냐”는 간단한 질문에는 그저 속수무책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아는 상식도 로봇은 일일이 가르쳐줘야만 알 수 있다. 로봇에게 감정을 부여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현재 할 수준에 가장 접근한 지능형 컴퓨터는 ‘사이크’다. 미국 스탠퍼드대 더글라스 레너트 박사는 사이크에게 ‘아버지는 아들보다 늙었다’ ‘밥을 먹으면 배부르다’ 같은 ‘상식’을 13년째 가르치고 있다. 상식을 갖춘 로봇이 목표.

만약 이 일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01년경 ‘사이크’의 데이터베이스는 일반적인 지식을 갖춘 성인의 뇌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의 로드니 브룩스 교수는 곤충 모양의 로봇 ‘코그’를 만들고 있다. 이 로봇은 가르쳐 주지않은 문제도 스스로 알아낸다. 인공지능의 핵심인 생각하는 방법과 규칙을 입력했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아이 수준에도 못미치지만 브룩스박사는 ‘코그’를 성인의 지적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신비에 쌓여있다. 우리는 인간 뇌의 기능에 대해 1%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공학자들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인간의 사고를 이해하는 일은 아직도 먼훗날의 일처럼 느껴진다.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박사과정>jsjeong@sensor.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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