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사이언스(18)]「너티 프로페서」와 살빼기

입력 1998-06-17 08:07수정 2009-09-25 10:0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재작년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린 영화 ‘너티 프로페서’는 비만으로 시달리는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줬다. 뚱뚱하다고 따돌림을 당하던 한 교수가 한번 먹으면 몇 시간 동안 날씬해질 수 있는 알약을 개발하면서 겪게 되는 소동이 영화의 줄거리.

말도 안되는 얘기같지만 1인 7역이나 했던 주인공 에디 머피의 연기는 뛰어났다. 걷잡을 수 없이 늘어가는 체중으로 고민하는 뚱보가 적지 않은 미국에서 그것은 꿈의 실현이었을 것이다.

현대 의학에선 ‘비만’을 일종의 질병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비만의 30%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한 것이다. 그러나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고 해서 비만이 치료될 수 없는 불치의 병이란 소리는 아니다.

비만을 막는 방법은 운동요법 식이요법 수술요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영화에서처럼 알약 하나로 해결하는 방법에 더욱 기대를 걸고 있다. 다른 치료법에는 아무래도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배가 부르다 혹은 고프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배 속에 음식물이 얼마나 들어 있는가로 식욕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위궤양으로 위를 온통 들어낸 사람에게도 식욕은 있다. 실제로 식욕을 느끼는 것은 배가 아니라 뇌이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뇌의 시상하부에는 ‘먹어라’고 명령을 내리는 섭식(攝食)중추와 ‘그만 먹어라’고 명령을 내리는 만복(滿腹)중추가 있다고 한다.

바로 이 두 중추에 의해서 식욕이 생기거나 통제된다는 것. 실험적으로 만복중추를 파괴한 쥐는 먹이를 주는대로 먹어 치워 금방 살이 찐다고 한다.

사람의 몸에는 음식물이 들어오면 그 정보를 신경과 혈액을 통해 뇌로 운반해서 식욕을 억제하는 ‘만복물질’이 있다. 그 물질이 만복중추를 자극하면 사람들은 배가 부르다고 느끼는 것이다. 어떤 연구자들은 그 물질이 ‘레프틴’이라고도 하고 ‘히스타민’이 그 역할을 한다고도 하는데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언젠가 만복물질의 정체가 밝혀지면 그것을 알약으로 섭취해서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음식량을 조절해 쉽게 살을 빼게 될 것이다. 비록 영화에서처럼 한 순간에 날씬해질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과정)jsjeong@sensor.kaist.ac.kr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