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13>피부병 어쩌나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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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얼굴에 이게 뭐야?”

한 달 전 지원이의 얼굴에 좁쌀만 한 반점이 오돌토돌 솟아오를 때만 해도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반점이 붉어지고 물고기 비늘처럼 딱딱해지고, 점점 부위가 넓어지자 아내와 나는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놓고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벌레에 물린 것도 추운 날씨에 얼굴이 튼 것도 아니었다. 불행하게도 ‘아토피’였다.

“당신 혹시 어릴 때 아토피 앓았던 거 아냐?”

아토피의 발병에는 유전적 소인이 크게 작용해 부모 중 한 명이 이 질환을 앓았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했지만 결국 내가 지고 말았다. 어릴 때 태열(1세 미만의 영아에게 나타나는 아토피)을 ‘되게’ 앓았다고 지원이 할머니가 ‘증언’한 것.

그런데 며칠 뒤 아내가 “아무래도 나 때문인 것 같아”하고 고백했다.

아내는 출산 후 백일이 지나자 몸조리가 끝났다고 여겨 잡곡밥과 미역국 위주로 먹던 식생활을 접고, 외식도 하며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었다.

바로 그 무렵 지원이의 태열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아내가 빵, 부침개, 자장면, 튀김 등 밀가루를 사용한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면 지원이의 태열 증세는 더 심해졌다.

아토피는 대기오염이나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계란, 우유, 콩, 밀가루, 기름진 음식, 가공식품 등 음식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원이는 젖을 먹기 때문에 음식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먹는 음식이 영향을 미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심하지 않은 아토피는 보습제만 잘 발라줘도 상태가 호전된다. 아토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2차 감염. 가려워서 긁는 통에 상처가 생기고, 그 부위에 균이 들어가 염증이 생기면서 더욱 고통스러워진다.

따라서 아기가 많이 가려워하면 얼음팩이나 찬물 수건을 대주어 덜 긁도록 해야 하고 손톱도 짧게 깎아 줘야 한다. 그러나 아기가 심하게 긁고 피부가 짓무르거나 진물이 나며 딱지가 앉을 정도면 반드시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태열은 두 살쯤 75%가 사라지고 3∼5세가 되면 대부분 사라진다. 따라서 나는 세월이 약이라는 느긋한 자세였다. 하지만 아내의 생각은 다르다. 예전에는 아기 때 태열을 잠깐 앓고 끝났지만 요즘엔 소아형 아토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토피는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사라지기는커녕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하며 확산될 수 있다.

아무튼 우리 지원이뿐 아니라 주변에 온통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니 아토피는 가히 국민병이 된 것 같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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