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칼럼]이현구 이비즈론처대표/해외진출의 '응수타진'전법

  • 입력 2001년 3월 19일 10시 19분


바둑에 ‘응수타진’이라는 수법이 있다. 먼저 가볍게 잽을 날려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본 후에 이 쪽의 다음 나아갈 방향을 결정한다는 상당히 실용적인 전략이다.

이러한 응수타진의 전략을 많은 한국의 인터넷 기업들은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 인터넷 기업에 있어서 엄청난 시장의 잠재력과 성장속도를 가진 중화권과 막대한 구매력을 가진 일본 인터넷 시장은 반드시 공략해야 할 시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더구나 한국 시장은 이미 사용자면에서나 사업자의 숫자 면에서 준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시장의 경쟁 구도도 이미 대체로 윤곽이 잡힌 상태이다.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한국에서의 1위가 반드시 각 해외 시장에서의 지위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바꾸어 말하면, 한국에서는 1위가 아니라 할 지라도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다른 언어 시장을 선점한다면 아직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는 것이다.

기업의 해외진출에는 현지 파트너 선정의 어려움, 비용의 부담, 법적, 언어,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장벽, 현지 사업 세팅에 걸리는 시간, 현지 법인의 경영 통제의 어려움, 수익의 창출 방식에 대한 불안 등이 존재한다.

보통 인터넷 기업이 현지의 파트너를 물색하고, 현지법인을 만들고, 만만찮은 비용을 들여 사업을 세팅하는 데에는 아무리 짧아도 3개월, 보통 반 년 이상이 걸린다.

게다가 인터넷 사이트의 초기 성장에는 다시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기간동안에 현지에서 커다란 비용은 낭비해가며 무겁게 사업을 진행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만일 현지 시장의 사용자들이 기대만큼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때에는 이미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 후이고, 현지 경쟁자들의 경쟁력은 이미 괄목한 성장을 거둔 후이다. 더 이상은 시장 장악의 기회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의 많은 인터넷 기업이 이렇게 다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현지 법인의 설립을 통한 해외 인터넷 시장으로의 진출을 시도했다가 많은 비용과 1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하고는 결국 시장의 기회를 잃고 말았다.

인터넷 기업은 인터넷 기업답게 해외 시장 진출 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현지 인터넷 시장에의 진출을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바둑의 응수타진과 같은 가벼운 방법이 보다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인터넷 시장을 보다 현실적으로 구분 짓는 경계는 국경이 아니라 언어이기 때문이다.

Yahoo! 도 최근 북경에 오프라인 사업 기반을 구축해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까지 지난 몇 년간 중국 포털 시장에서 법인의 형태가 아닌 웹사이트의 형태로만 서비스를 제공하여 왔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는 데에 있어서 그 사이트가 현지 법인을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기에 지금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장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Yahoo!는 그동안 온라인으로 구축한 그들의 기반 위에서 보다 강력한 현지 오프라인의 힘을 실어 중국 시장의 공략에 들어갈 것이다.

만일 Yahoo! 가 ‘현지의 파트너를 물색하고, 오랜 준비기간을 들여 현지 법인을 만든 후에’ 최근에야 비로소 중문 사이트를 오픈했다면 이미 중국 포털 시장에서의 기회는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Yahoo!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기존의 미국과 한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성장해 온 궤적을 따라가 보면, 비록 그들이 지금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적절한 배합의 형태를 띠고 있더라도 초기에는 대부분 전적으로 온라인 기반의 성장을 해 왔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Hotmail, 한메일이 그랬고, 세계최대의 E-card Bluemounatain.com 이 그러했었다.

이러한 온라인 기반을 우선으로 한 해외 시장 전략의 시행에는 첫째, 온라인에 의한 세 확산이 가능하고, 둘째, 언어의 비중이 낮고, 셋째, 컨텐츠 관리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모델이 유리하다. (이를 ‘넷 솔루션’이라고 칭하도록 하자)

이들 ‘넷 솔루션’의 쉬운 예들로서 게임, 성인 컨텐츠, E-card, 인터넷 P2P 솔루션, 그룹 메일링, 인터넷 북마크, 중고차 검색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쇼핑몰, 뉴스, 포털 등은 오프라인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가벼운 온라인 기반에 의한 진출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이러한 ‘넷 솔루션’ 모델들은 경쟁력 있는 서비스 솔루션이나 컨텐츠를 확보하고 있다면 간단한 언어의 전환과 약간의 초기 온라인 마케팅 그리고 최소한의 운영비만으로 현지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

현지에서의 초기 반응 여부에 따라서 얼마든지 현지의 파트너들과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사업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인터넷 컨텐츠가 일본, 중국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1년, 길어야 2년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러한 온라인 기반의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하여 미래의 성공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저자약력>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비즈론처㈜ (www.ebizlauncher.com) 대표

-P2P, JAVA 기반의 중국, 일본 인터넷 마작 게임 인큐베이팅

-FLASH E-card nBlood.com 의 중국 시장 진출 인큐베이팅

-Terrace Technology 중문 웹메일 솔루션 공동 마케팅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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