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칼럼]장영승/상대적 박탈감 해소 급하다

입력 2000-10-15 19:26수정 2009-09-22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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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라는 이야기가 많다.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라면서 몇 번씩 되묻는 사람들을 볼 때 필자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위기다 혹은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만한 지혜가 없기에 ‘많은 사람이 위기라고 느끼면 그건 위기다’라는 선문답을 하곤 한다.

현재 우리 국민이 느끼는 위기감의 본질은 무엇일까. 자금시장의 불안, 국제유가에 따른 물가 불안 등 여러 주장이 많지만 필자는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생각한다.

올해초 많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 일확천금의 욕심에 휩싸였다. 저마다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집안의 금덩이를 팔거나 빚을 내서라도 열심히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신문에는 하룻밤에 큰 부자가 된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매출은 수십억원에 불과한데 자금 유치는 수천억원을 한 회사까지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과 기업들은 빈손으로 돌아서야만 했다. 뒤늦게 뛰어든 회사 중에서 부도가 나는 회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자기 밥그릇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은 밥그릇과 생명을 담보로 한 파업으로 국민의 불안감을 부채질 했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무기력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자원을 한 곳으로만 과다하게 집중시켰던 한탕주의 환상이 무참히 깨진 것이다. 일찍 이 판에 뛰어들어 한몫을 챙기지 못한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더 이상 건전한 노동과 성실한 생활을 통해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비관론이야말로 위기감의 본질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정부와 언론은 무엇을 했는가. 국민을 흥분시키는 데만 앞정섰지 그 이후 마땅히 내놓아야 할 장기적인 국가 경영계획은 보여주지 못했다.

벤처기업에 돈을 지원해 좋은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고객이 없다면 그 기업은 수익을 내지 못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지식산업 육성도 허울좋은 정책에 불과했다. 아무리 좋은 컨텐츠를 개발해도 훔쳐가는 것을 방치한다면 많은 돈을 투자해서 컨텐츠를 개발할 업체는 없다. 모두가 벤처에 무관심할 때 벤처기업인들이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며 코스닥시장을 일궈 놓았더니 재벌기업들이 이 시장을 재산 도피와 상속의 수단으로 악용했다. 결과적으로는 선량한 국민의 피땀어린 돈을 몇몇 소수가 배를 채운 셈이 되었던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주식투기를 하지 않아도 성실하고 건전한 노동만으로도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열심히 기술을 개발하면 가치를 인정 받아 기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믿음을 심어 줘야 한다. 그것이 이 위기를 잠재우는 위기대처방안의 핵심이 될 것이다.

theus@nanu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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