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마방진]스팸메일 살인사건③

  • 입력 2000년 5월 7일 19시 59분


‘삐리릭 삐리릭.’ ‘뚜뚜… 뚜뚜….’

벨이 동시에 울렸다. 마방진이 먼저 PDA(개인정보단말기) 폴더를 열었다. 인효였다. 마방진은 복도로 걸어 나갔다. 그와 동시에 전화를 받은 왈도의 안색은 점점 창백하게 변해갔다.

―오늘 별일 없어? 나 좀 위로해주라. ‘B612’ 때문에 너무 속상해….

인효는 세상사람들이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사이버 광장’이 필요하다며 어린왕자가 살았던 소행성의 이름인 ‘B612’을 따 인터넷에 웹진을 열었다. 그러나 회원은 불과 10여명, 가끔 실연당한 여성들이 글을 올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외부방문객은 거의 없다. 인효가 구상했던 ‘커뮤니티’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 오늘은 만나기 어려워. 왈도가 아는 선배가 죽었거든.

― 뭐? 왜 무슨 일로, 교통사고?

― CSDS(컴퓨터앞 돌연사 증후군)야.

― CSDS가 왜 이리 많아. 근데 오빠랑은 무슨 상관이야?

―아무래도 수상해. 뭔가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왈도랑 파고들고 있어.

―차비도 한푼 안 나올텐데….

―미안해, 나중에 연락할게.

―나랑 영화보러 가면 좋은데…. 약속해! 조만간 시간 내서 영화 보러가는 거.

―그래 알았어.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하지만 말구….

―미안해. 왈도 놈이 안쓰러워서 그래.

인효와의 통화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마땅한 이야깃거리는 없었다. 심심하다고 투덜대는 인효와 그녀를 달래주는 마방진이었다.

마방진이 오피스텔로 들어섰을 때, 왈도는 주먹을 쥔 채 몸을 떨고 있었다. 이마에는 식은땀까지 흘렀다.

―왈도! 무슨 일이야. 정신차려!

―인태 형이야…. UMS(통합메시징서비스)로 메시지를 남겼어. 바로 죽기 전날에…. 죽음을 예견한 듯 공포가 느껴져. 이건 살인이 분명해. 누군가 인태형을 죽인거야.

왈도는 얘기를 정리해가며 스스로 안정을 되찾았다.

―무슨 내용인데? 나도 좀 들어보자.

마방진은 왈도가 통화 단추를 누르고 건네준 휴대전화에 귀를 바짝 들이댔다.

―이 통화는 2002년 3월 30일 오후2시37분에 녹음된 것입니다. 2002년 4월 1일 오후2시37분에 정인태님에게 배달이 의뢰된 메시지입니다.

유쾌하지 않은 기계음이 들려왔다. 그리고는 무척 낮은 톤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도저히 그가 죽었다고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왈도,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 지난번 목이 잘린 고양이 사진이 담긴 스팸메일 말이야, 장난이 아닌 것 같다. 오늘은 다리까지 잘려져 있더군. 사실…, 내가 요즘 해킹을 시도하고 있는데, 너하고 같이 들어갔던 VS 사이트 말이야. 아무래도 우리 회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들어서. 섹스사이트와 사회복지법인이라. 어울리는 한쌍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 내가 해킹을 시도한다는 사실이 노출된 모양이야. 스팸메일을 가장한 경고성 메일이 온 것을 보면…. 꽤 조심했는데. 오늘은 사생결단을 내고 승부를 내볼까 해. 그래서 하는 부탁인데…. 나한테 행여 무슨 일이 생기거든…. 아니다, 그래. 이 메시지가 네게 전달되는 일은 없을거야.”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정인태의 유언같은 메시지가 끝나자 마방진은 PDA를 왈도에게 건넸다.

―네 말대로 뭔가 이상하군. 그런데 너도 VS 사이트에 자주 들어가니?

왈도는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딱 두 번이었어. 한 번은 인태 형하고 같이 들어가보았고.

―그런데 인태형은 그곳이 왜 ‘오르다’와 관계가 있다고 말하는거지.

―나도 금시초문이야. 오르다가 나노봇 연구를 지원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나노봇?

―1970년대에 예견된 거지. ‘마이크로결사대’란 아시모프의 SF(과학소설)에서도 얘기되었고. 쉽게 말하자면 나노 크기의 로봇이야. 인체의 질환을 치료하고 수술하는데 머리카락보다 수백배 더 가는 로봇을 활용한다는 착상이야. 그런데 2010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보다도 더빨리 연구가 진척돼 어쩌면 내년쯤에 실용화될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도저히 연결이 안돼. 오르다라면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을 숨지기 전까지 무료로 보살펴주는 사회복지법인이잖아. 오르다가 지원하는 무궁화메디컬센터는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이고 거기서 나노봇을 연구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만. 이번 사건하고는 전혀 연결이 안되는데.

이때 마방진의 PDA가 다시 울렸다. 인효였다.

―지금은 조금 바빠요….

―이건 매우 중요한 거라구. 이상한 글이 게시판에 올라와 있어서 전화한거야.

―뭔데?

―아까 왈도 오빠 선배가 CSDS로 죽었다고 했지? 이건 VS를 고발하는 내용인데. 사람들은 VS의 음모를 모른다는 거야. CSDS도 게임보다는 VS와 관련되어 있다는 거였어. 그 사람은 지금 굉장한 갈등을 하고 있는 것 같아. B612 같은 별로 숨어버리고 싶대….

―누가 그런 글을 썼어?

―웹진을 처음 오픈했을 때 게시판에 수고했다는 글을 남긴 사람인데, 이민주라고. 본명인지 가명인지….

―이민주?

마방진의 입에서 비명 같은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다그치듯 왈도에게 물었다.

―빈소가 어디지?

―무궁화메디컬센터 영안실.

―나는 그리로 간다. 이민주를 만나야 해. 열쇠는 그녀가 쥐고 있어.

마방진은 오피스텔 밖으로 용수철처럼 뛰쳐나갔다.

▼웹진(webzine)▼

월드와이드웹(www)과 매거진(magazine)을 결합한 용어. 웹진은 감각적 내용과 화려한 편집, 종이로 만들어진 기존 잡지에서 불가능했던 동영상과 오디오를 동원해 첨단 영상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정보통신 문화 예술 생활 경제 분야로 확대되는 풍성한 인터넷 콘텐츠로서 확실히 자리를 굳히고 있으며 국내에는 1996년에 처음 출현. 최근 10대를 위한 웹진과 대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웹진도 나오고 있다.

문화비평 웹진으로 매월 특별주제를 중심으로 영화 미술 음악 만화 등을 소개하는 사이트 ‘놀고보자’(http://www.nolgoboza.co.kr)는 쉽게 얘기하지 못하는 내용을 거침없이 풀어내고 있다. 월간 X-zone(http://www.a114.com/x-zone/)은 연재만화 애니메이션, 역사 사람들을 소개하는 애니메이션, 테크노댄스 배우기, 영화 자세히 알기, 스타알기 객원평론 등을 싣고 있다. 시티라이프(http://www.citylife.co.kr)는 도시생활을 위한 전문웹진으로 가볼 만한 음식점과 볼거리 정보를 제공하고 수도권의 상세한 지도도 볼 수 있다.

▼해킹(hacking)▼

타인의 컴퓨터 시스템에 무단으로 침입,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정보를 빼내는 행위. 크래킹(cracking)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60년대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 대형 컴퓨터를 몰래 이용하고 전화를 공짜로 사용하기 위해 확산되었으나 점차 ‘정보 공유’의 개념에서 ‘정보 엿보기’와 ‘정보 테러’로 변질되었다. 해킹에는 목적과 수단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트로이목마(Trojan Horse) 논리폭탄(Logic Bomb)과 같은 해킹 수법이 알려져 있으나 최근 그 수법이 점점 다양해지고 치밀해지는 경향. 관련 사이트로는 MM의 무한해킹자료실(http://jupiter.interpia98.net/∼ilchuk/) 해커즈클럽(http://210.103.48.1/khc/) 카이스트 시큐리티(http://security.kaist.ac.kr) 한국정보보호센터(http://www.kisa.or.kr) 등이 있다.

▼나노테크놀로지▼

나노(nano)는 그리스어의 ‘난쟁이’에서 유래한 말로 ‘10억분의 1’을 의미한다. 나노세계는 곧 원자의 세계를 뜻하고 나노기술(nanotechnology)이란 이러한 원자 하나하나를 기계적으로 빠르게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원자를 기계적으로 적절히 결합시킴으로써, 극미세 모터나 인체내 미세수술장치 등을 제조할 수 있다는 개념 아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나노기술분야에 대해 미국 독일 일본 등은 1990년대말부터 국가적 차원의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관련 사이트는 한양대 나노입자재료기술연구실(http://npmt.hanyang.ac.kr) 연세대 기능성초미립자공정연구실(http://www.nanotech.or.kr) 서울대 초미세 연구실(http://nano.snu.ac.kr) 등이 있다.

★이번주 퀴즈

사이버 탐정 마방진의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범인은 누구이며 살인사건은 어떻게 벌어졌을까요. 탐정 마방진에게 결정적 단서나 범인이 누구인지 제보해주시는 분께는 현상금을 사이버머니로 제공합니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소설이 끝날 때 적립된 사이버머니의 고득점자에게는 경품을 드릴 계획입니다. 제보는 마방진의 메일(mabangzin@lycos.co.kr)을 통해 접수합니다. 이와 함께 라이코스 코리아 사이트(www.lycos.co.kr)에 들어가면 이 소설과 관련된 퀴즈맞추기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퀴즈를 맞추는 분들에게도 사이버머니를 적립해 드립니다. 이번 퀴즈의 해답은 D7면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퀴즈>

1. 0과 1의 비연속형 신호로 대변되는 디지털은 21세기의 화두입니다. 디지털이란 말의 어원은 디지트(digit)인데 이 말은 원래 무엇을 뜻할까요?

①사인곡선

②점

③손가락

④전자신호

⑤0

2. 다음중 검색로봇과 관련 없는 것은?

①소프트웨어.

②각 언어권별로 있을 수 있다.

③인터넷을 정기적으로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한다.

④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나노 크 기의 로봇으로 극소기술의 총아.

⑤주제 검색, 단어 검색 또는 이를 통합한 메타 검색으로 분류된다.

3. 다음 중 UMS와 관련 없는 것은?

①통합메시징서비스(Unified Messa ging Service)의 약자이다.

②전화로 메시지를 보낼 경우 이를 문자로 전환하는 것도 포함된다.

③문자로 보낸 메시지를 음성으로 전환하는 것도 포함된다.

④약도 등과 같은 간략한 그림 메시 지를 팩스로 전환하는 것도 포함 된다.

⑤원래는 MP3의 보급을 위해 만들 어졌다.

4. ‘마방진’의 원래 의미는 무엇일까?

①제갈공명이 만든 진법의 일종

②후천성면역결핍증

③검색로봇의 이름

④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모두 같게 만드는 정방행렬

⑤CSDS

5. 다음의 국가 도메인 중 잘못 연결된 것은?

①kr - 한국

②am - 미국

③uk - 영국

④de - 독일

⑤kp - 북한

-사이버 탐정 마방진 지난호(1, 2회)는 라이코스(mabangzin.lyco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마방진 공동창작팀〓박상준 이영 김명선 김문빈 박진영 최수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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