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89…낙원으로(6)

  • 입력 2003년 8월 10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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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목이 메지 않도록 달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그대로 달까지 빨려들 것 같았다.

“…집 떠나기 전날 밤, 그 아이한테 얘기했어…이제 돌 지난 아이가 무슨 말을 알아듣겠느냐고 생각하겠지? 그래도 아무 말도 안 하고 없어지면, 엄마 엄마 하고 얼마나 울면서 찾아다니겠어, 엄마 엄마 엄마 하고….

용학아, 엄마 하는 말 잘 들어야 돼. 엄마는 일하러 갈 거야.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넌 제대로 먹지도 못해서 병 걸릴 거야. 병 걸려서 죽어버리면 엄마하고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어, 그냥 안녕이야. 엄마는 너하고 떨어지고 싶지 않아… 늘 같이 있고 싶어…그래서 일하러 가는 거야. 일하러 가면 3년은 돌아올 수 없어. 하지만 약속할게. 3년이 지나면 꼭 돌아온다고. 엄마 돌아올 때까지 할머니하고 이모 말씀 잘 듣고, 얌전하게 지내야 돼. 용학이 알았지, 엄마는 꼭 돌아오니까 기다리고 있어…자, 손가락 걸자, 절대 약속 지킨다고 새끼 손가락 걸자.

아이는 지금 친정에 있어… 친정이라고 해야 아버지는 10년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어머니하고 여동생 둘뿐이지만, 너하고 나이가 같은 여동생이 우리 용학이 봐주고 있어….”

“용학이, 이름이 좋네예….”

“용처럼 높을 뜻을 품고, 학처럼 고결하게 자라 달라는 소원을 담았대…한 지붕 아래서 살면서…한 이불 속에서 서로를 안고…아들까지 낳았는데…그 사람이 죽음을 각오할 정도로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 정말 몰랐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신다버린 신짝인가요

우리 아기 아장아장 걸음 배울 때

한 짝 발에 딸각딸각 신겨 줬으면

“우리 용학이, 이 노래 좋아해…엄마는 금방 잊어버리겠지만, 여동생한테 잠재울 때 꼭 불러주라고 부탁했으니까, 이 노래는 잊어버리지 않을 거야…다시 만날 때는 다섯 살…다섯 살이야….”

“…안 잊어버릴 겁니다…우리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셔서, 기억 같은 것 남아 있지도 않지만…그래도….”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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