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03>君子之德은 風이요 小人之德은 草라.…

  • 입력 2009년 8월 3일 02시 55분


김수영 시인의 ‘풀’에 “풀이 눕는다/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고 했다. 바람이 불면 풀이 눕는다는 이미지는 ‘논어’ ‘顔淵(안연)’편의 이 章과 관계있다. 이 비유는 ‘맹자’ ‘등문공·상’에도 나온다.

魯(노)나라 대부 季康子(계강자)가 공자에게 “無道(무도)한 자를 죽여 본보기를 보임으로써 백성들을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한다면 어떻겠습니까?”라고 했다. 공자는 “당신은 정치를 하면서 어째서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쓰려고 합니까? 당신이 스스로 善(선)을 추구한다면 백성들도 저절로 善으로 나아갈 것입니다”라 하고는, 풀과 바람의 비유를 들었다.

여기서 君子와 小人은 정치적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구분이다. 草上之風必偃에서 주어는 草다. 上은 위에 더한다는 말로, 어떤 텍스트에는 尙으로 되어 있다. 之는 草를 가리킨다. 偃은 눕는다는 뜻이다.

‘후한서’에 보면 馬廖(마요)가 명덕황후에게 상소하여 이렇게 말했다. “옛 책에 吳王(오왕)이 劍客(검객)을 좋아하자 상처 입는 백성이 많아지고, 楚王(초왕)이 細腰(세요·여인의 가는 허리)를 좋아하자 궁중에 굶어 죽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했습니다. 長安(장안) 사람들은 성안에서 높은 상투를 좋아하자 사방의 상투가 한 자씩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후 ‘城中好高(결,계)(성중호고계) 四方高一尺(사방고일척)’이란 말은 높은 사람의 嗜好(기호)에 따라 세간 풍조가 심하게 바뀌므로 왕과 관료, 수령들은 사치를 부리거나 백성의 이익을 侵奪(침탈)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지도층이 物神(물신)이나 숭배하면서 사회의 도덕성을 바란다면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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