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씨 입각서 낙마까지]한달만에 「公職무대」은퇴

입력 1999-06-24 19:24수정 2009-09-2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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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출신 손숙(孫淑)환경부장관의 ‘장관 인생’은 한편의 ‘연극’처럼 막을 내렸다.

5월24일 개각에서 손씨의 장관 임명은 그의 사연 많은 인생스토리와 함께 단연 화제였다.

‘환경문제 비전문가’이며 ‘행정경험이 없는 비조직인’을 환경부장관에 임명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차라리 문화관광부장관이나 문화관련 단체의 장이라면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손장관이 처음 구설수에 오른 것은 연극 ‘어머니’의 러시아 공연을 위해 취임 이틀만에 출국했을 때였다.

장관 취임 이전에 계약이 이뤄졌고 주인공 역을 맡은 손장관 없이는 공연이 불가능한 측면도 있었지만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환경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장급 간부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맞춰 가려 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러시아 공연이 결국 ‘연극’의 파국을 예고할 줄이야. 손장관이 김대통령을 수행해 러시아에 온 기업인들로부터 ‘격려금’명목으로 2만달러의 거금을 받은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무대의 커튼은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본인은 “환경부장관이 아닌 연극배우의 일원으로 받은 것이고 개인 용도로 쓰지도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고급옷 로비의혹사건’ 이후 공직자의 윤리를 특별히 강조하던 시점이었다는 점은 그의 ‘장관인생’ 연극의 비극적 효과를 더해 주었다.

손장관은 한달이란 짧은 기간을 나름대로 바쁘게 보냈다. 그동안 낙동강 팔당호 시화호를 시찰했다. 한중(韓中)환경장관회의 참석차 7∼9일 중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국별로 업무보고를 받으며 의욕을 보이던 중이었다. 손장관은 “특히 대기문제해결 등을 소신을 갖고 추진하고 싶었다”며 아쉬워했다.

이제 손장관은 초(超)단명 장관이란 불명예를 안고 ‘공직무대’를 떠났다. 여성장관 중에서는 부동산 투기의혹에 휘말려 입각 10일만에 물러난 박양실(朴孃實)전보사부장관에 이어 두번째 단명장관이다.

그는 24일 오전 사퇴의사를 밝힌 뒤 병원에 간다며 장관실에서 나가 한동안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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