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119교실]손가락 끼는 사고

  • 입력 1999년 1월 25일 19시 18분


“엄마, 비디오가 내 손을 먹어 버렸어!”

98년 11월20일 저녁. 4살난 아들 민창(서울 강동구 암사동)이 VCR에 비디오테이프를 스르르 밀어넣고 버튼을 눌러 다시 빼내고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민창은 테이프가 빨려들어가는 주입구에 손가락을 넣었다. 순간 손가락이 끼어버렸다. 아들의 비명을 듣고 어머니가 달려왔지만 손가락만 점점 부어오를 뿐 반시간이 가깝도록 속수무책. 민창이 소리쳤다. “엄마, 119!” 10분이 채 안돼 달려온 구조대가 VCR를 분해했고 민창은 손가락을 ‘되찾았다’.

서울소방방재본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서울에서 초등학생 이하가 손이 끼인 사고는 1백83건으로 접수된 전체 어린이안전사고의 49%. 손이 잘 끼이는 장소로는 △문틈(65건)△자전거 체인(55건)△장난감(19건)△VTR(12건)△가구(7건)순.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는 아이들의 호기심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 자전거나 VCR 등 ‘가상의 적(敵)들’을 그림으로 그려 날짜를 바꿔가며 아이들 방에 붙여 놓는 등 예방노력을 하면 효과가 있다. 그러나 ‘불’만 조심하면 되는 화재와 달리 손이 끼이는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키 어려운 게 문제. 실제 손이 끼이는 사고는 △진공청소기 흡입구 △어린이용 좌변기 구멍 △반지 △지구본 △체중계 밑바닥의 구멍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경찰 아빠’ 가정에선 수갑으로 인한 사고도 심심찮게 발생.

“어려울 땐 119에 재빨리 신고하십시오. 지체되면 부어올라 손을 빼내기 더 힘들어집니다. 공포의 시간이 길어지면 좋지 않습니다.”(서울 강동소방서 서진원 119구조대장)

〈이승재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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