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성적 공개 등 모든 일상이 콘텐츠… 돈만 좇다간 필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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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유튜버의 세계’ 집중 탐구

유튜브 채널 ‘마이린TV’를 운영하는 최린 군이 집에서 장난감 ‘닌텐도 라보’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드는 모습. 구독자 76만 명을 가진 최 군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영상을 촬영한다(왼쪽 사진). ‘여우린TV’ 운영자 최연우 양(오른쪽 사진 오른쪽)이 1일 경기 용인시에서 친구와 영상을 찍고 있다. 구독자 5만여 명의 최 양은 교내 축제, 체육대회 등을 주요 방송 소재로 삼는다. 김동주 zoo@donga.com / 용인=원대연 기자
유튜브 채널 ‘마이린TV’를 운영하는 최린 군이 집에서 장난감 ‘닌텐도 라보’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드는 모습. 구독자 76만 명을 가진 최 군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영상을 촬영한다(왼쪽 사진). ‘여우린TV’ 운영자 최연우 양(오른쪽 사진 오른쪽)이 1일 경기 용인시에서 친구와 영상을 찍고 있다. 구독자 5만여 명의 최 양은 교내 축제, 체육대회 등을 주요 방송 소재로 삼는다. 김동주 zoo@donga.com / 용인=원대연 기자
10대 1인 미디어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12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18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희망직업 5위는 인터넷방송진행자(유튜버)다. 법률전문가(7위), 가수(8위)보다도 순위가 높다. 초등학생 8597명이 설문에 응했다. 최근에는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까지 구독자를 보유한 10대 스타 유튜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0대 인기 유튜버 2명의 일상을 살펴봤다.


○ 친구와의 파자마 파티, 일상이 곧 콘텐츠

“안녕하세요, 마이린입니다.”

스마트폰 녹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줄줄이 말이 쏟아져 나왔다. 자연스러운 손동작은 웬만한 방송인 못지않았다. 2015년 시작한 개인방송 ‘마이린TV’의 주인공 최린 군(13)은 7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최 군은 ‘초통령’ ‘유튜브계의 유재석’ 등으로 불린다. 지난해 올린 ‘밤 12시 엄마 몰래 라면 끓여 먹기’ 영상은 826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집에서 만난 최 군은 “아빠와 함께 유튜브 키즈 대회에 나갔다가 영상을 찍어 올리면 장난감을 준다고 해서 시작했다. 조회 수 올리는 재미로 꾸준히 하다 보니 요새는 하루에 댓글만 1000∼2000개가 달린다”고 말했다.

또래 학생들을 주요 구독자로 둔 최 군의 일상이 모두 콘텐츠다. 친구와의 파자마 파티, 졸업 선물 교환 등을 촬영해 올린다. 또래에게 인기가 많은 슬라임, 바퀴 달린 운동화(힐리스) 등도 방송 소재다. 최 군은 “편의점, 문방구에서 인기가 많은 것들을 사서 영상을 찍기도 하고 포털사이트 트렌드 검색 기능도 자주 쓴다. 요새 무엇이 인기가 많은지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일 1업로드를 원칙으로 삼는 최 군은 별도의 대본 없이 스스로 방송을 진행한다. 촬영은 주로 아버지 최영민 씨(48)가 스마트폰으로 한다. 초창기에는 최 군이 직접 편집을 하기도 했지만 채널 규모가 커지면서 편집 담당자를 1명 채용했다. 집 안에는 간단한 조명 시설을 갖춘 최 군만의 스튜디오도 뒀다. 최근에는 최 군의 어머니도 채널을 새로 개설했다.

10대 유튜버 하면 염려스러운 학업과의 병행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매일 업로드를 하지만 영상 촬영은 주로 주말에 몰아서 한다. 아버지 최 씨는 “6개월마다 성적 공개를 콘텐츠로 만들다 보니 오히려 성적도 좋아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최 군은 지난달 프로농구 경기에서 시투를 하기도 했다. 목표는 구독자 100만 명 돌파. 최 군은 멘토링 등 각종 사회공헌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 구독, 댓글 활발한 또래 등에 업은 10대 유튜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최연우 양(16)은 혼자서 방송 촬영, 편집 등을 다 하는 케이스다. 최 양이 운영하는 ‘여우린TV’의 구독자는 현재 5만여 명이다. 교내 축제, 체육대회, 아이돌 가수 콘서트 관람 등 일상이 주요 콘텐츠다. 라면 끓이기, 화장법 등도 소재가 된다.

1일 경기 용인시에서 만난 최 양은 초등학생이던 2015년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구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데서 매력을 느꼈다. 최 양은 “아무래도 10대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영상 구독이나 댓글 달기 등을 활발히 하는 만큼 (그들을 주요 시청자로 하는) 10대 유튜버들도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내 일상을 주로 영상으로 찍는 최 양은 현재 사전 동의를 얻은 친구들에 한해 함께 영상에 내보낸다. 최 양은 평소 5∼10분 영상 편집에 10시간 가까운 시간을 들이기도 한다. 자신의 스마트폰과 미러리스 카메라만으로 촬영하는 최 양은 고가의 촬영장비보다 편집을 통한 보정 작업을 추천했다.

학업과의 병행이 고민스럽긴 하지만 유튜버 생활을 놓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당장 최 양은 자신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미디어영상 관련 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인이 되면 패션 등 콘텐츠를 다양화하겠다는 구상이다.

○ “수입만 보고 시작할 직업은 아냐”

높은 인기만큼 관심이 높은 것이 수입이다. 광고 종류, 시청 시간 등에 따라 책정 가격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통상 조회 수 1당 약 1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 억대 연봉을 받는 유명 유튜버도 적지 않다.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간접광고(PPL)도 붙는다. 구독자 수에 따라 관련 영상 한 건당 수백만, 수천만 원씩의 광고료를 받기도 한다. 관련 굿즈 사업을 하는 채널도 있다. 마이린TV의 최 군은 부모가, 여우린TV의 최 양은 자신이 직접 수입을 관리한다.

그러나 높은 수입은 유튜버의 단면을 보는 것일 수밖에 없다. 아버지 최영민 씨는 “마이린TV도 아무도 유튜브 시장이 형성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때 시작했기에 경쟁력이 있었다. 첫 구독자 100명을 모으는 데 3개월 이상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여우린TV의 최 양도 “초반에는 열정페이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입만을 보고 시작하면 유튜버라는 직업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렵다. 악성 댓글 등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양은 또 “트렌드만 좇다 보면 나만의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같은 소재더라도 편집이나 배경음악으로 차별화하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최 군은 “무엇이든 꾸준히 올리는 게 중요하다. 영상이 흔들리면 시청자들이 불편해하는 만큼 어린 친구들에겐 꼭 삼각대를 마련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유튜브#개인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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