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4일 개봉 ‘천사와 악마’ 주연 톰 행크스

  • 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6분


“선-악 넘나드는 캐릭터 매력… 똑 부러지는 役은 별로”

“실제로도 마음 좋은 사람일 것 같다고요? 고마운 말이지만 사람들이 나를 보는 그런 관점과 늘 싸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톰 행크스(53·사진)는 마음 한구석에 어린 아이를 숨겨두고 있을 것 같은 배우다. 하지만 영화 ‘천사와 악마’ 개봉(14일)을 앞두고 7일 오후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천진한 ‘포레스트 검프’가 아니었다.

목주름과 새치가 뚜렷해진 이 중년 배우는 “몰입해야 할지 말지 망설이게 만드는 복잡한 캐릭터가 흥미롭다”며 “이번 영화의 주인공 로버트 랭던 교수처럼 실제로도 세상의 다양한 관념을 자유롭게 수용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천사와 악마’는 2006년 개봉한 ‘다빈치 코드’의 속편. 기호학자 랭던 교수가 가톨릭 관련 비밀단체와 대결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새 교황 선출을 앞두고 벌어지는 바티칸 내부의 비리도 실감나게 묘사해 ‘다빈치 코드’에 이어 종교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어릴 때부터 기독교적 관습에 익숙해진 평범한 미국인입니다. 당연히 교회에서 결혼했죠. 하지만 매주 교회에 나가지는 않아요. 하루하루 성실히 살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 믿음의 실천 방식입니다. ‘무엇이 맞고 그른지’보다는 ‘언제 무엇이 필요한지’가 종교와 과학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더 좋은 의문이라고 생각해요.”

랭던 교수는 지적인 액션 히어로다. 이 영화를 감독한 론 하워드는 “믿음의 대상과 내용을 타인으로부터 가르침받기보다 자신이 스스로 밝혀 나가기를 원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행크스도 “역사와 정치, 과학의 경계를 편견 없이 넘나드는 랭던의 폭넓은 사고가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관객은 흔히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를 보고 배우의 실제 성격에 대해 상상하죠. 하지만 저는 제임스 본드 영화에 나오는 똑 떨어지는 성격의 인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주어진 상황에 의해 선악을 미묘하게 오가는 캐릭터가 좋아요. 랭던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겪으며 복잡하게 성장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머리가 좋지만요.”(웃음)

그때 이번 영화에 함께 출연한 여배우 아옐레트 주레르가 곁에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행크스가 그저 늘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세요? 그가 데뷔 이후 한 번이라도 공개석상에서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 얘길 들어본 적 있나요? 그건 결코 성격이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행크스는 제가 만나본 누구보다도 두뇌가 뛰어난 사람입니다.”

도쿄=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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